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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나 마찬가지였던 윤보경.
그런 그녀에게 어느 순간 여자로서의 감정이 생긴 지승.
유학까지 다녀온 그는 그런 묘한 감정이 사라졌다고 믿었다.
그런데…….

“저…… 지승 오빠?”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창가로 고정되어 있던 지승의 고개가 돌아갔다.
“!”
누구지? 지승은 눈앞에 서 있는 여자를 빤히 쳐다봤다. 윤기 나는 긴 생머리, 뽀얀 피부 위에 자리 잡은 새까만 눈동자가 보는 이로 하여금 시선을 잡아끌었다.
어딘가 낯이 익은데……?
“오빠!”
“누구시죠……?”
몇 년 만에 돌아온 탓인지 도저히 눈앞에 서 있는 여자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았다. 분명 낯은 익는데 말이다.
그의 묘한 반응에 앞에 있던 여자가 자신의 맞은편에 엉덩이를 내리며 예쁜 미소를 지어보였다.
“짓궂은 농담은 여전하네요, 오빠. 그동안 나 안 보고 싶었어요?”
낭랑한 여자의 고운 음색에 지승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이 목소리는?’
촘촘하게 자리한 긴 속눈썹 아래 맑고 투명한 그녀의 눈동자를 응시하던 지승의 두 눈이 큼직하게 변했다.
‘기억……났다, 이럴 수가!’
윤보경! 눈앞에 서 있는 여자가 정녕 보경이란 말인가?
몇 년 만에 보는 보경의 변해버린 모습에 지승은 혼란스러워졌다.
할 말을 잃어버린 지승은 눈 한번 깜박이지 못하고 천사 같은 그녀를 바라봤다. 귀밑에서 달랑거리던 단발머리에 통통한 볼 살을 간직한 고등학교 때 모습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 앞에 나타난 여자는 지승의 기억 한편을 차지하던 그때의 어린 모습이 아니었다.
‘젠장! 동생 얼굴도 못 알아보다니…….’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얼굴만 뚫어질 듯 쳐다보는 지승을 보며 보경이 입을 열었다.
“오빠?”
반가워해주기는 커녕 자신의 얼굴만 빤히 들여다보는 지승의 행동에 보경의 맑은 눈가가 살짝 찡그려졌다. 안하던 화장까지 하며 부랴부랴 달려왔는데……. 낯선 사람 대하듯 하는 무표정한 그의 모습에 섭섭함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