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신분의 멍에를 벗고자 돈으로 신부를 산 그.
천민이라는 신분 때문에 고통스러운 유년시절을 보냈던 이건은 기회가 찾아오면 언젠가 그 멍에를 부숴 버리리라 다짐했었다. 그러기를 수년, 신분의 벽을 넘어 굳은 의지로 사업을 성공시킨 그의 앞에 몰락한 양반가의 규수 인영이 나타났고, 이건은 결국 그녀를 돈으로 갖기에 이른다. 족보를 위한 결혼이었기에 그녀를 연모하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차가운 태도로 일관하던 이건은 어느 날, 과거에 자신을 괴롭히던 양반의 아들 배도지가 나타나자, 그로부터 인영을 지켜 내기 위해 그녀의 짐을 자신의 방으로 옮기려 하는데….
▶잠깐 맛보기
「부인, 나요」
소리와 함께 문이 갑자기 열린 통에 인영은 화들짝 놀란 시선으로 문을 향했다. 그 모습에 이건이 애잔한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인영은 조심스럽게 이건을 향해 물었다.
「나, 나리…? 무, 무슨… 일이십니까…?」
「부인의 거처를 내가 기거하고 있는 사랑채로 옮겨야겠소」
「거, 거… 처를… 옮기다니요…?」
이건이 괴로움에 말을 하기 힘든 듯 잠시 끊었다가 다시 이었다.
「…내겐 원수가 많소」
이건의 말에 인영은 침을 삼켰다. 이건의 표정을 살폈지만 인영은 그의 얼굴에서 무엇인가를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의 표정을 읽는 것은 인영에게 불가능했다. 인영은 이건에게 배도지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이곳은 가장 깊은 곳이긴 하지만 가장 외진 곳이기도 하오. 누군가 몰래 들어온다고 해도 하인들은 다 대문 앞 행랑채에 있으니 도움이 되진 못할 거요」
「하지만…」
「잡아먹지 않을 테니 편하게 계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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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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