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
그만큼 마음 아픈 단어가 또 있을까요?
기약이 있다면 천 년 만년 기다리겠으나, 기약이 없기에 그만큼 아프고 힘든 것.
그게 기다림이 아닐까 합니다.
그 지독하고 아픈 기다림의 끝은 어떨까요?
행복일까요?
아니면 끝없는 기다림일까요?
기약 없는 기다림에 원망조차 하지 못했던 남자 운휴와
“운휴야…….”
운휴의 말에 마음이 벅차 눈물이 차올랐다. 지난 시간동안 안간힘을 다하여 참고 참아 삼켜냈던 그 눈물들이 한데 고여 있다 흘러내리는 것인지 물고가 터져버린 눈물은 멈추지 않고 줄기차게 흘러내렸다.
서진의 볼을 타고 흘러 내려 가슴언저리를 축축하게 적시는 눈물에 운휴는 이제야 서진이 제 품안에 안겨있는 것이 꿈도 환상도 신기루도 아닌 현실이라는 것이 실감이나 웃음 지을 수 있었다.
“난 행복했다. 그 누군가의 말처럼 기다림이 아팠지만 행복했다. 그리움이 슬펐지만 행복했다.”
행복이라는 말에 서진은 몸을 비틀어 운휴의 품안에서 벗어나 눈물로 인해 촉촉하게 젖어있는 말간 눈으로 운휴를 올려다봤다. 그리곤 반드시 물어야 할 말, 대답 듣는 것이 두려워 묻지 못한 그 말을 물었다.
“왜 묻지 않아?”
“묻는다 해서 그 대답을 들으면 달라지는 게 있을까? 지난 십년이 되돌아오지 않잖아.”
묻고 다그친다 하여 지나간 시간을 보상받을 수 있다면 운휴는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서진에게 원망의 말을 쏟아내며 그 이유를 캐냈을 터. 허나, 말 그대로 지나간 십년이 돌아올 리는 없었다. 되려 그 물음을 꺼냄으로써 묻는 자신도, 그 물음을 들은 서진도 상처가 도져 아플 것을 알기에 묻고자 하는 마음을 가슴 깊이 억눌렀다. 그런 운휴라고 해서 그 연유가 궁금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허나, 서진이 스스로 말하기를 기다릴 줄 아는 남자가 은서진이 사랑한 박운휴였다.
“십년?”
운휴가 내뱉은 십년이라는 단어가 서진의 심장을 헤집었다.
“그래. 자그마치 십년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 너와 나 사이의 강이 변하고 산이 변했어. 높게 쌓아졌던 산이 허물어졌다. 그리고 넓기만 했던 강이 좁아졌다. 그렇게 변했어. 한순간에. 너와 내가 다시 마주치던 그 때부터.”
강과 산이 변했단다. 그리 변하지 않는 자연이 변해 자신들이 가까워졌단다. 지난 십년간 산을 높다랗게 쌓고, 강을 넓힌 이는 서진이었다. 허나, 운휴는 서진과의 만남 그 순간 높은 산을 허물고, 넓은 강을 메웠다 말했다. 운휴의 그 말이 아파 서진은 저도 모르게 두 단어를 따라했다.
“강. 산.”
“뭐라 말 좀 해. 나만 얘기하니까 네가 내 품에 이렇게 따뜻하게 안겨있는데도 꿈같아. 환상 같고, 신기루 같아.”
미움이 아닌 그리움으로 남기 위해 돌아선 여자 서진의 이야기는 지금 시작됩니다.
정서영
[작가 소개]
작가라는 이름으로 불리기에
쑥스럽기만 하고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이
공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으나
그것이 버겁기만 하다.
지금까지 배운 것보다
앞으로 배울 것이 더 많으며
자신이 쓴 글이 만족스러운 것보다
불만족스러운 것들이 더 많기만 하다.
지난 시간동안 세 편의 종이책과 세 편의 이북을 선보였다.
현재 가슴에 품다 종이책 출간 준비 中, 지하의 하우스 이북 출간 준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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