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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록초(常綠草)와 같이 한순간도 변할 수 없는 인연, 그 어떤 순간들이 닥쳐온다 할지라도 반드시 잇닿을 수밖에 없는 연분이 창연(蒼緣)이라 하였던가. 홍연(紅緣)이 집착 가득한 애욕과 격정적인 사랑을 일컫는다면 창연은 숙명과도 같은 것이라지…….

<제2권>

세자 저하께서 제 삶의 이유가 되어주셨고, 오직 그분만이 제 이름을 불러주셨습니다.
죽은 어미가 주었으되 아비를 비롯한 세상 전부가 잊어버린 휘은이란 이름을 말입니다.
어전호위검 단월사휘 외에는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줄 알았건만,
제게도 여인의 마음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심장이 하나이기에 품을 수 있는 연모의 정 또한 단 하나인 터. 그렇기에 이 순간, 저는 저하를 위해 제 전부를 버릴 것입니다…….

13년 전, 모든 악몽의 원흉이 된 단월가와 왕실을 파멸시키고자 광기 어린 복수를 다짐했던 한 여인
3년 전, 사휘가 여인임을 알게 된 이후 그녀와 태자위를 함께 손에 넣고자 한 태하의 이황자 서문강윤
그리고…… 2대에 걸친 악연 속에서 도사리고 있었던 핏빛 음모

서문강윤의 명륜국행에 함께 한 천우와 사휘가 맞닥뜨린 것은 천라지망(天羅之網)이나 진배없는 음모의 시작점이었다.
결국 두 사람은 미약에 취한 채 환몽과도 같은 첫 밤을 보내고 만다.
천우는 휘은과 사휘가 동일 인물임을 모른 채 제 수하의 연인을 탐하였다는 자책감 속에서 괴로워한다.
결코 만나질 수 없는 평행선, 해와 달의 인연처럼 엇갈려가는 운명
마침내 시시각각 다가오는 악연의 그림자는 그들을 핏빛 결전의 소용돌이로 몰고 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