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를 배경으로 시작하는 최미주의 사랑 이야기
어릴 때의 안 좋은 기억으로 인해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머뭇거리는 최미주.
그녀에게 다가오는 남자들에 의해 그녀는 하나씩 사랑을 배워 간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택하는 남자는 그녀에게 어떤 존재일까?
에어서플라이 노래 Making love out of nothing at all 이라는 노래와 테스, 기적이라는 영화에서 아주 약간의 모티브를 따온 글.

운명처럼 사랑한 남자 서재훈.
그녀에게 숙명이 되어버린 이동혁.
그녀의 운명을 바꾸려했던 두 남자 김성현과 박대희
거대한 운명의 톱니바퀴 안에서 쉽지 않은 그녀의 사랑이야기가 시작된다.


-본문 중에서-

재훈은 이미 카페 문이 열렸을 때 잠에서 깨어났다. 다만 눈을 뜨지 않았을 뿐이었다. 요즘 들어 재훈은 눈을 뜨는 것조차 힘에 겨워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무기력이었다. 원인은 한 가지, 미주였다. 오래된 짝사랑에 지쳐서 이젠 모든 것에 의욕이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어제도 늦게 카페에 들어와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 그렇게 소파에서 잠이 들었었다.
그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자 그의 미친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들키고 싶지 않아서 재훈은 숨을 참았다. 이불을 덮어 주는 그녀의 작은 동작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하고 달콤한 체취에 술에 취한 것처럼 몽롱해졌다. 그녀가 이불을 덮어 주고 토닥여줄 때는 벌떡 일어나 그녀를 안아 버리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것마저 부질없는 일이란 걸 알기에 그녀의 손목을 잡고자 하는 자신의 떨리는 손을 몸으로 애써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돌아서서 가려는 기척이 들리자 이성보다 앞선 자신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와락 잡아 버리고 말았다. 너무 세게 잡은 탓이었을까? 그녀가 그의 가슴에 쓰러졌다. 재훈은 당황했지만 그렇게라도 그녀 얼굴을 가까이 보고 싶어서 가만히 눈을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안 보고 싶었어요?”
떨고 있는 그의 목소리에 그녀의 작은 가슴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재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미주의 손목을 억세게 잡고 채근했다.
“나, 안 보고 싶었어요? 보고 싶었죠?”
재훈의 그 말은 마치 거짓이라도 좋으니 보고 싶었다고 한마디 해 달라고 졸라대는 것과 같았다. 실은 이 질문이 재훈이 마지막으로 미주에게 주는 기회기도 했다. 그녀의 대답에 따라 그가 여기를 떠날 수도, 아니면 남을 수도 있었다. 그녀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른 재훈은 당연히 그녀가 자신을 붙잡아 주길 원한 거였다. 그는 부모님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미국 유학이 예정되어 있었다. 재훈은 음악에 올인 한 후 학업을 소홀히 해, 대학도 다니다 말았다. 그런 그에게 부모님은 늘 다시 학교를 다니라고 성화를 부렸다. 결국 그 성화에 견디다 못해 그가 항복을 하고 만 것이다. 대신 자신이 공부하고 싶은 것을 공부하겠다고 선포를 했다. 당연히 그는 음악 공부를 하고 싶어 했다. 부모님께는 죄송하지만 음악을 공부한다는 말은 쏙 빼고 차후 음악 사업을 하기 위한 경영을 공부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만에 하나 미주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 준다면 같이 유학을 가거나 아니면 한국에 남아 있을 계획이었다. 그렇지만 그것이 얼마나 희박한 소망인지를 알고 나서 모든 희망을 접었다. 미주가 그의 손을 억지로 빼고 자리에서 물러서자 그도 손에서 힘을 뺐다.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 바람 빠진 풍선처럼 그렇게 푹 꺼져 버렸다. 재훈은 옷을 집어 들고 카페 문을 왈칵 열었다. 그가 카페 문을 열자 차가운 카페 안은 칼바람이 쌩하고 몰려 들어왔다. 그 찬 기운이 미주 심장에 꽂히는 듯해서 그녀는 잠깐 기침이 나왔다. 그렇게 그는 가고 카페엔 미주 혼자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