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그녀의 웃는 얼굴에 미쳐 버릴 것만 같았다. 언죽번죽 뻔뻔하게 자신을 보고 웃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른 남자를 보고 있는 건 미쳐서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가리고 싶었다. 그 누구도 보지 못하게 자신만 바라보게 가면으로 가려서라도 숨기고 싶었다. 그녀가 자신 말고 다른 남자한테로 눈을 돌리게 할 수는 없다. 그럴 수 없다. 모든 이들이 기피하는 독선과 아집이라도 상관없다. 그녀만 자신의 손안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다른 건 뭐든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래선 안 되는 데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이러는 건지도 모른다.
“…이제 정말 그만둬야 하는 걸까요?” 시선을 어느 한 곳에 두지 않고 그저 베란다 너머로 둔 그녀는 누구에게도 아닌 그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나… 나… 버틸 수 있는데… 아직은 기다릴 수 있는데… 그럴 수 있는데…….” 마치, 기도하는 모습처럼 두 손을 모은 은주는 상체를 앞으로 숙여 누군가에게 호소하는 듯 그렇게 몇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였다. 그럴 리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누구라도 좋으니 자신에게 그러라고, 그러고 싶으면 그러라고 그 한 마디를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간직한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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