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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디 레버던은 회계원장 건너편에 앉아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어머니 헬렌은 그녀 옆에 다소곳이 있었다.
지난 세월 동안 아버지의 광기 어린 그 모든 행동에도 쥬디는 전혀 그가 무섭지 않았다.
그의 눈은 항상 핏발이 서 있었고 그 밑에는 세월의 훈장처럼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녀는, 그의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이 바로 자신의 복사판이었던 잔인한 두 아들, 사랑하는 두 아들을 다 잃어버린 때문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쥬디는 로버트 레버던을 아무런 표정없이 무심하게 살펴보았다. 그는 단 하나뿐인 딸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그의 첫 번째 부인이 죽은 이래 그는 여자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고, 겁에 질린 그의 두 번째 부인은 그에게 딸 하나만을 낳아주었다.
「무엇을 원하세요?」
쥬디가 오랜 침묵 끝에 조용히 물었다.
로버트는 마치 딸을 처음 만나는 것처럼 어색하게 바라보았다. 실제로 쥬디는 생애 대부분을 어머니와 함께 그들만의 거처에서 책들과 원장들에 파묻혀 숨겨진 채 살아왔다.
로버트는 순간, 쥬디가 그 나이 때의 헬렌을 꼭 닮았다는 데에 일종의 신비함과 만족감을 느꼈다.
쥬디는 많은 남자들을 사로잡는 신비한 황금빛 눈을 가지고 있었고 그 눈빛은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근엄함과 침착성을 잃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선명한 다갈색이었고, 이마는 넓고 야무져 보였으며, 오뚝한 콧날에 입은 관대해 보였다.
「너는 내게 남은 유일한 자식이야.」
메스꺼워 참기 어렵다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로버트가 말했다.
「너는 결혼해서 내게 손자들을 낳아다오.」
쥬디와 헬렌은 깜짝 놀라서 그를 빤히 쳐다봤다.
평생 동안 어머니는 쥬디가 수녀원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가르쳐왔다. 즉, 기도와 성가를 부르는 경건한 교육뿐만 아니라, 귀족 여인에게 허가된 수녀원을 이끌어가는 값진 실제적인 교육을 해왔다.
대개 30살 전에 수녀원장이 될 수 있는데, 왕과 농노와의 차이만큼이나 수녀원장과 보통의 여자와의 생활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수녀원장은 땅과 부동산, 농노들과 기사들을 지배했고, 자신의 판단에 의해 사고팔았으며, 남녀 불문하고 그 모두가 그녀에게 지혜를 구하고자 했다. 수녀원장은 그 모든 것을 지배할 뿐 다른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지배받지 않았다.
쥬디는 어린 나이에 엄청난 사유지를 관리했고, 온갖 분쟁이 발생하면 공정한 판단을 내렸으며, 얼마나 많은 밀이 자라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먹일 수 있는지를 꿰뚫고 있었다.
또한 평범한 여자와는 달리 그녀는 읽고 쓸 수 있었으며, 왕을 위한 피로연을 주관하고 자선 시설을 경영할 수도 있었다. 그녀는 그녀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배워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