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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말야,”
20살 때부터 눈 빠지게 공부해서 사법시험에 합격했더니 연수원에서 다시 눈 빠지게 공부하고, 이제는 사무실에서 눈 빠지게 서류와 법전을 보는구나 싶어 입을 내밀고 서류를 격하게 넘기는데 서류로 어지러운 책상위에 달칵, 하고 스타벅스 그랑데 커피가 놓여졌다.
“선배?”
하이고, 주책없게도 나도 모르게 입이 헤벌쭉 벌어지려 하는 것을 간신히 오므렸다. 그리고 초 지적인 검사다운 세련된 미소를 날렸다. 물론 가면 갈수록 나의 귀여움으로 승부해주겠지만 지금은 우리가 사귀기로 한 날로부터 겨우 일주일이 지났을 뿐이니 우아함과 여성스러움을 보여야 할 때다.
남자들을 오래 만나는 비결은 귀여움이지만 처음에 사로잡는 비결은 여성스러움이기 때문이다. 80%이상의 드라마와 70%이상의 로맨스 영화, 60%이상의 로맨스 소설, 40%이상의 칙릿소설이 이를 증명한다.
“넌 말야, 참 귀여운데 또 일할 때보면 열혈 검사가 따로 없거든?”
따로 없다니, 열혈검사는 나의 꿈이다. 나쁜 놈을 때려잡자!
“그런 게 참 매력적이야.”
준현 선배는 빙그레 웃었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당신이 진정한 챔피언-이 아니라 더 매력적이오.
사실 저런 느끼한 말을 하면서도 담백해보이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일텐데 준현 선배는 캐러밴 집단 전부를 바늘구멍투어에 참여시키고 있다.
정말이지 장한 내 남자. 도대체 단점은 어디에 있는 건가?
난 내가 그를 자랑스러워한다는 걸, 그리고 그의 칭찬이 몹시도 기쁘다는 걸 조금도 숨기지 않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면 대개의 시덥지 않은 남자들은 기가 죽어 눈을 돌리기 마련인데 잘난 내 남자는 조금도 밀리는 기색없이 부드럽게 미소를 짓기만 한다. 여유 있는 모습이 더 멋지다는 걸 꼭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격무에 흐트러진 곳까지 마치 일부러 그런 것처럼 자연스럽기만 하다. 흐뭇하다.
황홀감과 성취감, 만족감이 범벅되어 나도 모르게 본래의 모습대로 웃을 뻔한 것을 간신히 다잡고 나는 청순하게 웃었다. 그렇다. 언제나 중요한 건 청순과 간격이다. 가증은 삶의 지혜일뿐 들키지 않는다면 결코 죄가 아니니까.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고.”
것 봐라. 이런 식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준현 선배가 씩 웃고는 손을 뻗어 손가락 끝으로 내 뺨을 톡 건드렸다. 난 이 장면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이 날 지경이었다. 강준현이 내 뺨을 건드렸어! 손등인거 봤어? 멋진 남자는 손가락 등으로 여자의 뺨을 건드리는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