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절망의 끝자락이자 가장 추하고 혐오스런 감정이라 정의 내린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남자 강우혁.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살아갈 의미를 찾았다고 부담을 팍팍 주는 어리고도 당돌한 여자 이하원.
두 사람의 만남은 첫 대면부터 심상치가 않은데…….
부모의 죽음을 눈동자에 담은 소년에게 생소한 핏줄로 다가온 할아버지와 혈육들, 그들에게 오로지 살아남는 법만을 배워온 건조한 남자의 눈이 사랑이란 이름으로 껍질을 벗는 여린 몸짓에 흔들리기 시작한다.
“저기 무지 화나신 건 알겠지만 우선 옷이라도, 지금 엄청 민망한 상태거든요.”
“너무 내숭떨면 재미없지. 남자 혼자 사는 집에 드나들 때는 이런 각오 정도는 한 거 아닌가?”
“그렇게 해석이 될 수도 있겠네요. 선생님이 지금 엄청나게 섹시한 건 인정하겠지만 제가 지금 그럴 생각이 없거든요.”
“너야 말로 엄청난 변신을 한 것 같군. 누가 믿겠어. 네가 타인과 눈 마주치는 것도 두려워했던 그 의지 박야였다는 사실을…….”
“아직도 모르겠어요? 절 이렇게 바꾸어 놓은 사람이 선생님이라는 걸?”
“그게 그렇게 대단한 일이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보여줘 봐. 지금 여기서, 이 자리에서 네가 말하는 그 빌어먹을 사랑을 보여 보란 말이다.”
“……!”
하원이 결심한 듯 떨리는 손을 힘겹게 들어 올렸다. 난감함과 충격이 범벅이 되어 휘청거리던 하원이 떨리는 손으로 말갛게 달아오르는 수치심을 벗어버리듯 한 겹 한 겹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했던 것이다.
“유츄프라카치아란 식물을 아세요?”
“내가 알아야 될 이유라도 있나?”
“아주 결벽증이 강한 식물이라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고독한 식물이라네요. 그 식물은요 누군가가, 혹은 지나가는 생물체가 조금이라도 몸체를 건드리면 그날로 죽어버린대요. 정말 못 됐죠?”
“…….”
“그런데 어느 날 한 과학자가 아주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대요. 한 번 만진 사람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 건드려 주면 죽지 않는 다네요. 참 신기하죠?”
hanbee
필명 hanbee
거주지 캘리포니아
2004년 로망띠끄에 하나뿐인 사랑을 올리며 로맨스 작가가가 되는 꿈을 꾸기 시작함.
아이가 셋이면서도 세상만사가 다 로맨스처럼 달콤한 인연으로 엮어져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한 몽상가, 그 몽상가가 어느 날 겁 없이 무작정, 대책 없이 펜대를 잡았다네요. 그 이유는 아주 단순하게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는 보따리를 풀어내고픈 욕망 때문에.
현재 활동으로는 로망띠끄에 ‘초록을 가둔 성’ 을 연재하고 있으며 ‘지금 그 자리에 있어요.’란 작품을 집필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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