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심장에 품어버린 대악마 루시퍼와 그의 운명의 여인 엠마뉴엘을 둘러싼 애절한 사랑. 그리고 야욕을 드러낸 대천사장 가브리엘의 음모를 저지하는 선과 악의 기준의 통념을 깨는 작품입니다. 절대선과 절대악은 없다는 것에서 출발한 판타지로맨스 루시퍼. 그들의 사랑을 지켜 봐 주십시오.
-본문 중에서-
어느 추운 겨울날이었다. 루시퍼가 어두운 가로등 밑에서 울고 있는 한 여자아이를 보았다
“왜 울지?”
다정한 그의 목소리에 눈코가 빨갛게 된 어린아이는 그를 올려다보며 훌쩍였다.
“아저씬 누구예요?”
“나? 난 대 악마. 루시퍼.”
“악마?”
“응.”
루시퍼의 말에 여자아이의 눈이 커졌다.
“그럼. 날개도 있어요?”
“그럼! 보여줄까?”
“응!”
“그래? 잘 봐.”
루시퍼의 등 뒤에서 푸드득 소리가 나더니 조금씩 날개가 펴졌다. 이내 바람을 가르며 큰 검은 날개가 아름답게 펼쳐졌다. 별빛에 날개가 영롱하게 빛이 났다. 날개를 퍼덕일 때마다 바람이 일었다. 여자아이가 입을 크게 벌리며 멍하니 주저앉았다.
“꼬마. 기절했나? 어이!”
루시퍼가 여자아이의 눈앞에 손을 왔다 갔다 대자 이내 눈을 초롱초롱 빛내던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 팔딱팔딱 뛰며 루시퍼의 주위를 뛰어다녔다.
“꺅! 진짜다!”
아이의 모습에 루시퍼가 물었다.
“안 무서워? 난 악마인데?”
“아니. 안 무서워. 눈이 착한 걸?”
은빛의 눈동자. 아이는 그 눈동자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곧 날개를 만지며 방방 뛰는 아이를 보며 루시퍼가 빙그레 웃었다. 몇 만 년 만에 웃어 보는 것 같았다.
“날 수도 있어요?”
“날아볼래?”
“응! 응!”
아이를 가슴에 품고 날개를 한번 퍼덕이자 저 발밑으로 까마득하게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무섭니?”
“아니……. 아저씨 있잖아요. 안 무서워.”
그의 따스한 품 안에 안겨 있으니 세상에 무서울 것도 슬플 것도 없었다. 그의 품에서 나는 기분 좋은 냄새에 코를 비비며 아이가 어리광을 부렸다. 루시퍼가 다시 날개를 퍼덕이자 아까 그 자리에 내려왔다. 아이를 내려주며 루시퍼가 이마에 키스를 해주었다. 허리 밑까지 내려오는 그의 기다란 흑발이 아이의 얼굴을 가렸다.
“이게 널 지켜 줄 거야.”
“갈 거예요?”
“응. 가야 해.”
“언제 와요?”
“음……. 네가 간절하게 날 부를 때.”
“안 가면 안 돼요?”
눈물이 맺혔다 또르르 떨어지는 아이를 보며 루시퍼가 미소를 지었다.
“네가 죽기 전에 한번 오마. 잘 있어라. 꼬마.”
이는 바람에 아이가 눈을 찡그렸다 다시 떠보니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때 고아원 안에서 수녀님이 아이를 불렀다.
“엠마뉴엘.”
“가요!”
고아원을 향해 뛰다 엠마뉴엘이 뒤를 돌아보고 바닥을 유심히 보았다. 까맣고 아름다운 깃털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엠마뉴엘이 깃털을 주어 소중히 품에 갈무리하였다.
“꼭 와요. 아저씨.”
그렇게 어느 추운 겨울. 대 악마 루시퍼와 고아소녀 엠마뉴엘의 만남은 시작되었다.
[미리보기]
“나중에…… 내가 죽을 때…… 내 옆에 있어준다고 약속해요.”
그녀의 말에 루시퍼의 심장이 불규칙하게 폭주하기 시작했다. 죽는다……. 그래, 죽을 것이다. 그녀는 인간이니까……. 그러면…… 남겨진 저는 어떻게 살 것인가……. 그녀가 없는 세상……. 마계로 올라가 그녀의 영혼을 데려다 살려 놓을까……. 그녀가 죽는다는 생각만으로 루시퍼는 가슴이 지끈거리고, 찢기는 아픔을 느꼈다. 루시퍼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밤하늘을 뒤덮은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들 사이로 별똥별이 지나갔다.
“저기!”
루시퍼가 그녀를 안아 올리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어! 별똥별이다!”
“좋은가?”
웃음기 섞인 그의 말에 엠마뉴엘이 웃어 보였다. 그녀의 미소에 루시퍼의 불안하게 뛰던 심장이 안정되며, 따스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 그의 등 뒤에서 펄럭이며 날개가 펼쳐지자 엠마뉴엘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루시퍼가 그녀를 안아들고 날개를 퍼덕이자 까마득한 하늘 위로 두 사람이 올라갔다. 까만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손에 잡힐 듯했다. 두근두근……. 엠마뉴엘이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어 보았다. 빠르게 뛰는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들려왔다.
“네 옆에 있겠다…….”
나지막이 울리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자 엠마뉴엘의 눈에 눈물이 빙그르 돌았다.
“나……죽고 나서도…… 나 잊지 말아 줄래요?”
엠마뉴엘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려왔다. 한참을 대답 않고 있던 루시퍼의 입이 열렸다.
“잊지……않으마…….”
힘겹게 받아들이는 루시퍼의 한마디에 엠마뉴엘의 가슴이 뛰었다.
쿵쿵. 그의 눈이 보고 싶었다.
“나 올려줘요.”
그녀의 말에 루시퍼가 제 얼굴 앞으로 그녀를 안아 올렸다. 바람이 그와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건드리며 흩트려 놓았다. 엠마뉴엘의 하얀 손가락이 그의 얼굴 위를 쓰다듬었다. 루시퍼의 은빛 눈동자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나도…… 잊지 않을게요……. 당신…….”
태어나 처음 심장에 들어온 사람이 루시퍼일 줄은 몰랐다. 이미 저의 심장이 되어버린 저만의 악마……. 그녀의 얼굴이 루시퍼에게 다가갔다. 그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고 살며시 그의 입술에 대었다 떼었다. 또르르……. 흘러내리는 눈물 한 방울……. 그녀의 눈물이 루시퍼의 가슴에 시리도록 다가와 박혔다. 그녀와 같이 살아갈 수만 있다면……. 루시퍼의 심장이 헛된 희망을 품으려 했다……. 정원에 내려서 루시퍼가 날개를 접었다. 루시퍼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자 엠마뉴엘이 수줍게 미소 지으며 그의 손 위에 제 손을 올려놓았다. 서로의 손을 맞잡고 걸었다. 아무 말도, 행동을 하지 않아도 손을 통해 전해지는 서로의 마음이 느껴졌다. 맞잡은 손 맘으로도 두 사람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구름 속으로 숨었던 달이 수줍게 나오자 하얀 달맞이꽃이 달빛을 받아 하얗게 빛나고 그녀도 빛이 났다. 달맞이꽃 향기가 달빛을 타고 더 진하게 폐부로 스며들었다. 그녀의 향기도 짙어져 루시퍼의 온몸으로 스며들어왔다. 루시퍼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내렸다. 그녀의 눈빛이 달빛을 받아 그를 끌어당겼다. 루시퍼가 마치 주술에 걸린 것처럼 그녀의 입술에 얼굴을 내렸다. 부드럽고 달콤한 그녀의 입술을 목마른 자처럼 탐했다. 엠마뉴엘 또한 그의 입술을 맞아 그의 갈증을 채워주듯 화답했다. 달빛이 쏟아져 요정가루처럼 그들을 감싸며 반짝였고 그렇게 그들의 밤은 깊어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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