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랑

한국인 유학생 이랑은 쌍둥이 오빠 사랑을 대신해 한사랑이 되어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슛츠엥엘(수호천사)로 가게 된다. 방학을 이용해 슛츠엥엘에 있는 아이들의 가정교사가 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프랑크푸르트 행 야간열차에 오른 이랑은 파리역에서 보았던 잘생기고 매력적인 독일 남자를 다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설렘도 잠시, 그 남자는 이유도 없이 그녀를 무시하며 적대시 한다. 이랑은 남자의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로 기차에서 내려 슛츠엥엘로 향한다. 하지만 다시 만남 그 매력적인 왕 싸가지는 다름 아닌 그녀가 두 달 동안 보내야할 슛츠엥엘의 주인이었던 것이다. 이랑은 차가운 눈의 바스티안을 보며 분노하는 한 편 그를 볼 때마다 설레는 자신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또한, 이랑은 당분간 자신이 여자임을 숨겨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는 것이다.


어거스트 바스티안 폰 리스마리프.

독일 리스마리프 가의 총수이자, 슛츠엥엘의 주인. '슛츠엥엘에 천사들이 돌아왔다'란 말을 듣고 바스티안은 서둘러 프랑크푸르트 행 야간열차에 올랐다. 하지만 파리 역에서부터 자신의 눈을 사로잡은 동양인 여성을 보곤 머릿속에서 위험 경고 신호가 발동한다.
그런데 󰡐그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그󰡑라니..

차갑고 냉혹한 기업의 총수와 따뜻한 눈동자가 인상적인 한국인 유학생.
두 사람의 달콤 살벌, 달달한 러브스토리가 시작됩니다.



-본문 중에서-

생각대로 정원은 너무도 아름다웠다.
슛츠엥엘은 마인강 옆에 위치한 절벽 위에 세워진 작은 성 같았다.
주변은 수백 년 동안 저택과 함께 해 온 전나무와 포플러 자작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갖가지 꽃들과 나무들로 이뤄진 정원 역시 전체적으로 장미의 화원과도 같았다. 또한 중앙까지 가는 길이 미로로 되어 있어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다양한 정원의 형태를 맛볼 수 있었다.
“미노타우루스가 있었던 미궁 같군. 여길 이렇게 돌면 미궁의 주인 미노타우루스가 날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킥킥 장난스럽게 웃으며 이랑은 미로를 따라 앞으로 나아갔다. 다음 순간, 코너를 돌았다.
“헉!”
앞에 서 있는 사람의 형체를 보고 놀란 이랑이 뒤로 넘어졌다.
‘설마? 진짜 미궁의 주인인 미노타우르스 왕이 있는 건 아니겠지?’
어이없는 상상을 하면서 넘어지려는 찰라 강한 남자의 손이 이랑의 팔을 잡아당겼다. 끌어당기는 힘에 의해 어느새 이랑은 따뜻한 남자의 품에 갇혔다.
이랑은 멍한 얼굴로 자신을 강하게 안고 있는 남자를 올려다봤다.
‘헉!’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 이랑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믿을 수 없었다. 이런 우연히 어떻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파리역에서부터 열차 안, 그리고 이곳 슛츠엥엘에 도착할 때까지 이랑의 신경을 무수히 긁어대던 그 남자.
두 번의 만남으로 이랑의 가슴에 분노와 반감을 새긴 남자. 그였다.
그가, 자신을 끌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는 자신을 안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거칠게 그녀를 밀쳐 냈다.
“믿을 수 없군. 당신 도대체 내 정원에서 뭘 하는 거지?”
남자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냉소에 이랑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처럼 남자 역시 이 만남에 놀란 눈치였다. 이랑은 그에게 잡혔던 팔을 꼭 누르며 놀란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런 이랑을 남자는 매와 같은 눈으로 천천히 지켜보고 있었다.
“뭘 하긴요? 그저 정원을 구경하고 있었을 뿐인데요. 그러는 당신은 누구죠?”
“그걸 물은 게 아니란 것쯤은 알고 있을 텐데? 아님, 진짜 바보인 건가?”
“아니에요. 전 이 저택에 새로 온 가정교사에요.”
“가정교사? 그럼, 당신이 슈나이더 교수가 소개한 그 학생인가?”
“네! 그러는 당신은 누구죠?”
“흥, 여기에 고용된 사람이면서 자신을 고용한 고용주도 모른다는 건가? 어거스트 바스티안 리스마리프다.”
“네?”
남자의 대답에 이랑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이 사람, 자신을 경멸의 눈으로 보던 이 그레이 슈트의 남자가 이 저택의 주인이었다. 즉, 자신의 고용주인 것이다.
“한사랑입니다. 지도교수인 슈나이더 박사님 소개로 왔습니다.”
서둘러 이랑은 정신을 수습하고 예의를 갖춰 자신을 바스티안에게 소개했다.
바스티안은 차가운 눈으로 이랑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을 받는 이랑 역시 머리가 깨질 듯 복잡했다.
“유감이지만, 돌아가 줘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