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시대에 사람이 된다는 것.''''#1. ' “뭐라고? 아직도?”' 말 하자마자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의 말에 마침표를 채 찍기도 전에 현아는 이야기 한 것을 후회했다. 왜 사람은 비밀을 혼자 간직하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는 걸까?' “정말이야? 농담하는 거 아니고?”' 어이가 없다는 듯이 인상을 찌푸리고 입을 벌리고 있는 연주를 향해 현아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주변에서 들을까 무서운데 언제나 하이톤의 연주의 목소리는 오늘따라 더 선명하게 귀에 꽂힌다.' “세상에, 세상에, 뭔가 문제 있는 것 아니니?”' “무슨 문제?”' “왜, 그런 것 있잖아. 게이들이 사람 눈을 속이기 위해 위장 결혼한다든가.”' “그런 것 아냐!”' 현아는 격렬한 반대의 표시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던 핸드폰을 집었다가 ‘탁’소리가 나게 내려놓았다. 내가 왜 말을 꺼냈을까.' “아냐, 이상해. 정말 이상하다구.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 그럼 밖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것 아냐?”' 그걸 내가 어떻게 아냐!' “모르지, 하지만 집에 들어오는 것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아.”' “말도 안 돼. 그럼 병이 있나? 혹시 왜, 불……그런 거 아냐?”' 내 무덤을 내가 팠지. 얘가 절대 도움은 안주고 즐길 애라는 걸 모르진 않았는데…….' “그만해. 어쨌든 그런 건 아니야.”' 안됐다는 듯한 눈빛을 보내는 연주가 눈치 채지 못하도록 현아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의 발을 찧고 싶었다. 왜 그런 이야기를 꺼내가지고 괜시리. ' 연주는 짐짓 위로라도 하듯 커피 값을 지불했다. ‘이상해, 이상해’를 연발하던 그녀는 택시를 탄 현아의 귀에다 기어코 마지막까지 잘 알아보라는 당부 아닌 당부를 속삭였다.' 택시 속에서 현아는 계속 자기반성을 했다. 부부간의 일이란 극한의 상황이 아니면 밖으로 끄집어내서는 안 된다고 아버지가 말씀하셨는데 결국 참지 못하고 방정스러운 입을 놀린 자신에 대한 반성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극한의 상황인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그저 대상을 잘 못 정했을 뿐인지도 모른다.' “친구 분이 뭘 알아보라는 건가요?”' 아아, 이럴 때는 붙임성 좋은 기사아저씨도 싫다.' “네, 친구가 러시아로 떠나게 돼서 그쪽에 대해서 뭘 좀 알아봐 달라네요.”' 정말이지 러시아로 떠나보내고 싶다. 아니, 내가 가는 것도 괜찮지. 현아는 애꿎은 핸드백을 쥐어뜯으며 6개월 전을 떠올렸다.'' flashback------->'' 추리닝 바람에 긴 머리를 아무렇게나 틀어 올려 핀을 꼽은 딸을 꼴보기 싫다는 듯이 쳐다보던 정 여사는 독립투사와도 같은 비장함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