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가 된다는 건 뭘까?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유쾌한 아가씨가 변덕스럽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폭군으로 변하는 것? 레베카 머피는 이런 생각에 착잡했다. 왜냐하면 지금 그녀가 상대하는 여자는 원래부터 가장 재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레베카는 실력 있는 웨딩플래너다. 스물여섯 살 생일이 얼마 남지 않은 날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니 벌써 2년 반이나 되었다. 그녀는 이 일을 무척 즐겼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완전히 탈바꿈시킨 고객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이 일의 매력을 느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일에도 단점은 있기 마련이었다. 이기적이거나 준비하는 과정에서 짜증과 변덕을 부리는 사람은 문제도 아니었다.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져 출장연회 업자와 플로리스트나 연주가들을 상대로 난동을 부리지 않나, 어떤 경우에는 웨딩플래너에게 온갖 분풀이를 다 하는 고객도 있었다. 그래도 온갖 위기를 능숙하게 헤쳐 온 덕분에 최악의 신부조차 잘 다룬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그런데 천하의 레베카도 이번 고객은 두 손 두 발을 다 들 수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번 고객은 엄마의 육촌인 콜린 아주머니의 막내딸이자 외동딸인 천하의 악녀 멜라니 워너였다.'레베카는 멜라니와 자주 만나지 못했다. 두 사람 다 텍사스 출신이지만 레베카의 고향은 러벅이고 멜라니는 플레인뷰로 완전히 다른 곳이었다. 멜라니에 대해서는 오냐오냐하는 부모 밑에서 천하의 응석받이로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자랐다는 사실밖에 아는 것이 없었다. 결혼식 의뢰를 받았을 때만 해도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은 내가 이 정도도 못할쏘냐.’라며 자신한 것도 사실이었다.'그런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멜라니는 괴물이 되어 갔다. 결혼식을 고작 나흘 앞둔 지금, 레베카는 차라리 정신을 놓아 버리고 싶었다. 계속 하다간 정신을 놓는 것은 기본이고 웨딩플래너로서의 명성에도 금이 갈 것 같았다.'“자, 멜라니. 이제 와서 결혼식 테마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어. 연보라색과 연두색을 좋아한다고 그랬잖아. 제일 좋아하는 색이라면서.”'레베카는 최대한 목소리를 차분하고 흔들리지 않게 내려고 노력했다.'“너무 파스텔톤 일색이잖아.”'멜라니의 눈에는 닭똥 같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과도하게 태운 얼굴 위로 언제라도 눈물이 데굴데굴 구를 것 같았다.'“좀 더 과감한 색을 써야 열대 배경에 잘 맞을 거라고 한나가 그랬단 말이야.”'“한나는 네가 먼저 결혼을 하니까 샘이 나서 그러는 거야.”'콜린 아주머니가 짜증을 내는 딸을 어떻게든 달래려고 했다.'“그 애가 하는 말 들어봐야 네 기분만 망쳐, 멜리. 너도 알잖니.”'“걔 정말 짜증 나.”'멜라니가 시큰둥하게 맞장구를 쳤다.'레베카는 대화의 주제를 원래 방향으로 끌고 갔다.'“파스텔톤은 4월 결혼에 잘 어울려, 멜라니. 정말 아름다운 결혼식이 될 거야.”'“열대 지방색으로 바꾸지 않아도 된다는 거야?”'멜라니는 쉽사리 레베카의 말에 수긍하려 들지 않았다.'“봄의 축제 대신 멕시코풍으로 주제를 바꾸면 어때? 아직도 장식을 바꿀 시간이 있잖아…. 새 드레스도 찾을 수 있을 거야.”'또 뭔가를 바꾸자는 말에 레베카는 아침에 먹은 것이 다 올라오는 것 같았다. 결혼식을 나흘 앞두고 주제를 극에서 극으로 바꾸는 건 레베카라도 불가능했다. 물론 콜린 아주머니는 어떻게든 비용을 마련할 테니 하자고 하겠지만 말이다. 멜라니의 가족은 별로 부유하지 않았다. 다만 막내딸의 행복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을 뿐이다. 결혼식 준비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지금까지 이중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