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는 거리가 먼 12등신을 가진 아름다운 인형을 만들며 살고 있기는 하지만, 나이가 서른으로 달려가고 있는데 이런 감성이라니, 마치 소녀가 된 것만 같다. 때 마침 라디오에서 정엽이 부른 <짝사랑>이 흘러나오고 있다. 짝사랑은 아니지만 가슴만 두근두근, 이라는 가사에 격하게 공감하는 희수였다. 후후, 사랑에 빠져 나사가 빠졌는지 비죽비죽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는 사이 상가에 도착했다. 강의가 끝나면 배가 고프고, 피곤해서 공방까지 운전해 오는 시간이 참 싫었는데 오늘은 그도 없다. 희수는 방금 전 들었던 노래를 작게 허밍으로 부르며 가방에서 노란 인형이 대롱대롱 달려있는 공방키를 꺼내 유리문 상단에 있는 열쇠구멍에 열쇠를 꽂기 위해 까치발을 들었다.''“이리 내.”''부드러운 향수의 향과 미미한 담배 향이 뒤섞인 익숙한 체향이 맡아지면서 낯익은 저음이 뒤에서 들려오더니 그녀가 미처 대답을 하기도 전에 손에서 열쇠가 사라졌다. 뒤에 서서 힘겹게 까치발을 들고 공방의 문을 열려고 하는 그녀에게서 열쇠를 가져간 남자가 민준임을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가슴만 두근두근, 정엽의 달콤한 노랫소리가 다시 재생되고 있었다.''“여기만 열면 되는 거야?”''“응.”''“잠금장치가 너무 허술한 거 아닌가?”''그가 중얼거리며 공방 문을 열기 위해 팔을 뻗었다. 그러자 그녀의 왼쪽 팔을 민준의 팔이 살짝 스쳐 지나가고 공방 문이 열렸다. 서로 주고받는 말투는 편해졌지만 이런 식의 작은 스침은 그의 존재를 의식하고 긴장하게 만들기만 해 절대 편안하지가 않았다. 희수는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민준의 팔이 잠시 스쳐 닿았던 자신의 왼쪽 팔을 오른손으로 감싸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가슴만 두근두근, 맞으니까 정엽 씨는 이만 사라져 줘. 희수는 손으로 귓가를 살짝 두들기고는 민준이 건넨 열쇠를 받아 공방 구석의 컴퓨터 책상 위에 가방과 열쇠 꾸러미를 올려놓으며 민준에게 물었다.''“전화도 없이 어쩐 일이야?”''“점심 같이 먹으려고.”''민준이 팔을 어깨 높이로 올리며 손에 들린 초밥 포장 봉투를 희수에게 보여주고는 공방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넓은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전화 하지. 밖에서 먹게.”''몸을 돌린 희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민준이 어느새 가까이 와서는 그녀의 볼을 한 손으로 감쌌다.''“그럴까 했는데…….”''시원스런 대답 대신에 볼에 닿은 큰 손과 그녀의 얼굴과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그의 얼굴이 있었다. 여기는 공방인데, 밖에서 안이 잘 보이지는 않더라도 상가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도 많았다. 누군가가 들어올지도 모르고. 이성의 자락을 꼭 붙들고 있는 희수가 가까워지는 그의 얼굴을 피하려고 했지만 볼에 닿아 있는 그의 손이 그녀가 얼굴을 돌려 피함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입술이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희수의 입술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입술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민준의 입술이 스치듯 닿아가며 천천히 움직이다 곧 뜨겁고 말캉한 혀가 안을 열어 달라고 천천히 두드렸다.''‘일하는 곳이야. 그것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상가 안이란 말이야.’''속으로 외치며 그를 위해 입술을 열어주지 않았다. 하지만 민준은 입술을 떼는 대신에 그녀의 아래턱을 엄지손가락으로 지그시 누르며 윗입술의 가장 도톰한 부분을 잇새로 살짝 깨물었다. 희수의 입술이 그에 의해서 살짝 벌어지고 그의 부드러운 혀가 유영하듯 들어왔다. 그를 피해 도망가기만 하는 그녀를 성급하지 않게 쫓아와 휘감았다. 그녀의 잇몸을 훑고 입안의 여린 점막들을 어루만져 주고 혀를 톡톡 건드렸다 부드럽게 헤집으며 휘감아오는 그런 길고 진한 키스를 민준은 오랜 시간 지치지도 않고 했다.''꼭 붙들고 있던 이성의 자락을 놓고 말았다. 희수는 민준의 키스를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다. 목 안으로 넘어가는 누구의 것인지도 구분할 수 없는 타액조차 달콤한 느낌에 취해 가쁜 숨소리가 흘러나왔지만 감출 새도 없었다. 호흡을 추스르기 위해 진한 키스가 멈추어 졌다. 아쉬움 가득한 그의 입술이 완전히 멀어지지 못하고 희수의 입술위에 한참을 머물다가 '쪽'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호흡을 고르고 있는 희수를 민준은 진심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매를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면서 웃더니 엄지로 키스로 인해 선명한 붉은 색을 띠고 있는 희수의 입술을 살짝 쓸며 말했다.''“이러고 싶어서.”''“아…….”''“쌤! 나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