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이거 중증인데

“쟤 왜 저래? 왜 저렇게 저기압이야?”

“건드리지 마 형. 나도 어제 건드렸다가 엄청 맞았어.”

“하아…… 나는 쟤가 저러고 일만 할 때가 가장 무섭더라.”

형식이 녹음실로 들어서자 왠지 모를 서늘한 느낌에 쳐다보니 무언가에 화가 난 얼굴로 일하고 있는 서준을 발견했다.

안 그래도 어제 다혁도 그에게 계속 꼬치꼬치 묻다가 한 대 크게 쥐어박고 그의 옆에 다가가지 않았다.

대현도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서준을 보고 애초에 다가가지 않았다.

“왜 저러는 거야?”

“윤희 누나가 자꾸 피한대.”

“뭐?”

“요새 윤희 누나가 아침 일찍 나가고, 밤에도 늦게까지 일하느라 저러는 거 같아.”

“왜?”

“바쁜가 봐. 나도 계속 물어봤다가 한 대 쥐어 맞았어.”

이제 제법 추워진 날씨와 서서히 연말이 다가오고, 이제 크리스마스가 이틀 남은 상황에 시상식 때문에 녹음을 하러 온 다혁과 형식은 갑자기 집으로 가고 싶어졌다.

그가 저렇게 저기압이면 항상 쉽게 끝나는 법이 없었다.

“다시.”

“다시.”

“똑바로 안 하지. 다시.”

역시나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었다.

다혁은 벌써 두 시간째 녹음실에서 한 발자국도 못 나오고 있었다.

스트레스를 일로 풀기 때문에 그가 늘 저기압이거나 화나는 일이 있다면 그날은 음정, 박자, 전달력 모든 걸 집중해 예민해지기 때문에 형식과 대현도 어찌 할 도리가 없었다.

“다시.”

“형!”

인내심이 한계가 난 다혁은 소리쳤고, 서준은 고개를 들어 말했다.

“왜.”

말 한마디지만, 한 글자이지만 서준의 눈빛과 표정과 목소리를 본 다혁은 침을 꼴깍 삼켰다.

평소라면 못하겠다고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지만, 유난히 기분이 좋지 않은 서준을 보니 그 말이 쏙 들어가 버렸다.

“다시 하자고…….”

결국 오늘도 꼬리 한번 들지 못하고 내리는 다혁이였다.

서준은 다시 작업에 들어갔고, 때마침 울리는 핸드폰에 빠르게 반응해 보았지만 윤희가 아니었다.

서준은 핸드폰을 꽉 쥐었다.

자신을 피한 지도 벌써 일주일째였다.

처음엔 바빠서 그런가 보다 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되니 점점 자신을 피하는 느낌이 드는 그는 처음엔 이해했다가도 점점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그녀를 믿지만, 이렇게 자신을 피하니 불안한 것도 당연했다.

일하는 동안은 늘 연락이 오지 않았고, 퇴근할 때쯤 데리러 가려고 하면 약속 있다고 집에 가서 보자는 얘기를 하고 끊었다.

아침엔 새벽부터 나가는 건지 늘 윤일이 문을 열어 주었고, 쉬는 날에도 약속이 있다며 서준을 혼자 두었다.

그녀를 뒤에서 쫓아가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래도 믿고 싶었다.

그래서 그가 하는 일은 오로지 그녀가 연락 오길 기다릴 뿐이었다.

설마 자신을 크리스마스 때까지 혼자 두겠는가 하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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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퇴근을 하고 서준에게 약속이 있어 오지 말라고 연락을 하고 어디론가 향하는 윤희는 차를 끌고 어디론가 향하던 윤희는 길가에 차를 세워 두고 걸어서 한 건물에 섰다.

“아……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윤희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지하로 내려갔다.

잠겨 있는 문을 보고 옆에 초인종을 누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열어 주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많이 춥죠?”

“괜찮아요.”

“들어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