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최악의 프러포즈

“왔어요?”

“도대체 무슨 일…… 엇!”

자신의 등 뒤로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강한 힘에 흔들린 여자는 온전히 서지 못한 채 휘청거렸다.

“그대로 있어요.”

“……류동하 씨!”

그대로 이 생소한 느낌에서 빨리 벗어나고자 애를 쓰는 여자 해인은 겨우 거리가 생긴 동하의 포옹 과 입맞춤을 필사적으로 몰아내고 숨을 쉬었다.

“윤해인 씨, 내가 당신한테 프러포즈하는 중 이니 도망가지 말아요.”

“이런 법이 어디에 있어요?”

“거부하지 말아요.”

그런 그녀의 격렬한 거부에 동하는 강렬히 자신을 휘감는 기분에 점점 애가 탔다.

“이게 무슨!”

자신의 손길과 시선을 피하는 그 모습이 재미있기까지 했다.

“윽, 이거 놓으라고요!”

“제발.”

결국 동하는 피하려 하는 해인의 등 뒤를 한 손으로 저지하고자 했다.

“악!”

그때 자기 할 말만 하는 이 나쁜 악마 같은 남자의 행동을 더는 견딜 수 없던 해인은 오른 발에 힘을 들어 그의 발등을 힘껏 밟았다.

“사람이 말을 하면 들어요!”

그가 마치 자신을 소유한 주인처럼 구는 게 기분이 더 나빴기에 지체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해 불가라고 진짜!”

“나는 그전에 충분히 전했다고 생각하는데 전달이 되지 않은 건가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 맞죠?”

“그럴걸요?”

그 남자 류동하, 그 여자 윤해인…… 두 사람의 만남과 사랑을 시작하는 출발점은 다른 곳을 향해 있는 것 같았다.

“그쪽에게는 별거 아니겠지만 저는 생각이라는 건 하거든요.”

“그럼 해인 씨가, 생각하는 결혼이라는 건 뭔데요?”

“저라는 사람에 대해 얼마나 안다고 생각하는데요? 집 나갔다 돌아와 병들어 있는 아버지에 관련된 일을 좀 알았다고 해서 나를 다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어차피 윤해인 씨도 나도 등 떠밀리듯 아무하고나 결혼하는 것보단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해인은 자신의 아버지와 얽혀 있는 실타래를 발견한 그가 건넨 호의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좋은 이웃 사람이라 생각했던 자신에게 바보, 멍청이, 똑똑한 척하는 모질이라는 단어를 수 없이 되뇌는 중이었다.

“그런 일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저도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서 돈에 팔려 가는 건 기분 더럽지만 그건 내가 알아서 할 거라고요!”

상호간에 원하지 않는 상대와 결혼을 하느니 어느 정도 사정을 잘 아는 사람끼리 결혼을 하자니 생각을 하면 할수록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그게 다 아니라니 그게 무슨 뜻이죠? 나는 누군가에게 환영받지 못해 그들의 거래에 의해 결혼을 해야 하고 당신도 당신 이모에 의해 결혼을 해야 하는 일을 어차피 서로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끼리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하아…… 정말 최악이네.”

“뭐가 최악이라는 말이죠? 윤해인 씨도 그런 말도 안 되는 사람이랑 결혼하는 거보다 좋을 것이고, 나는 그 누군가들에게 정략결혼을 위한 이용도구가 되지 않으니 좋은 거잖아.”

“기가 막혀서, 하나는 확실하네요. 좋은 이웃이 최악의 인간으로 변해 버렸고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아졌다는 거.”

“뭐라고요?”

“그런 이유로 결혼할 생각이라면 다른 사람으로 알아보세요. 차라리 내가 이 나라를 떠나고 말지, 돈만 많다고 버터 1억만 개 온몸에 칠한 그 아저씨도, 배경 이용하라고 나쁠 거 없다고 결혼하자는 당신도 다 똑같아.”

한편 동하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심하게 반발을 하는 해인이 그대로 사라질까 봐 다급히 그녀를 불러 세웠다.

“그럼 나랑 계약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