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 돌아오다.''''누구나 한번쯤 다시 돌아볼 정도의 외모와 키를 가지고 있는 남자가 비행기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땅을 아주 쓸쓸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란아! 다시 돌아왔는데……. 널 다시 보면 내 심장은 어떻게 될까? 예전처럼 내 심장이 세차게 뛸까봐 너무 두렵다.’'살며시 창가에 손을 올려 그녀를 만지듯 더듬어 보는 혁준이었다. 그렇게 한 참을 생각에 잠겨있는데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몇 분후에는 인천공항에 착륙을 하기 위해서 활주로로 들어서는 것이었다. 비행기가 무사히 착륙을 하고, 문이 열리자 혁준도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는 출구로 향했다. 승무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밖으로 나오는 그에게 어여쁜 승무원 한명이 쪽지를 건네주는 것이었다. 혁준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그 쪽지를 받아 주머니에 넣고는 밖으로 나왔다. 이미 그가 들어오는 것을 아는지 대기실 앞에서 오랫동안 자신의 집에서 기사노릇을 하던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 혁준이 그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혁준을 알아보고는 온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그를 맞이했다.'“잘 돌아오셨습니다. 도련님.”'“아저씨도 참. 요즈음이 무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도련님이 뭐예요. 징그럽게…….” '“그래도 전 이게 편합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저에게는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까요.”'정색을 하며 말하는 준오 때문에 혁준은 머쓱한지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가방을 챙기기 위해서 화물칸으로 가기 시작했다.'“제가 하겠습니다. 도련님.”'“괜찮아요. 젊은 사람이 하면 되지. 무슨…….”'겨우 준오를 말리고는 혁준이 직접 가방을 들고 주차해 둔 차로 갔다. 조수석에 앉으며 혁준이 가족들 안부를 물었다.'“부모님은 다 건강하시지요?”'“훗, 빨리도 물어보십니다.”'준오의 말에 혁준이 고개를 창밖으로 돌렸다.'“그러게요.”'“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셨습니다. 하지만 사모님께서 도련님 걱정이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몸도 많이 쇠약해지셨고요.”'“어머니가요?”'“어쩜 연락 한번 하지 않았습니까?”'조금은 서운한 듯한 말투로 묻는 그를 보면서 혁준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준오도 왜 그가 그렇게 한국을 떠났는지 알기 때문에 더 이상은 묻지 않았다.'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길을 하염없이 보던 혁준은 생각보다 많이 변한 거리에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제가 생각한 것보다 참으로 많이 변했군요.”'“그렇지요. 십년이란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습니다. 도련님.”'“그렇군요.”'준오가 운전을 하면서 슬쩍 그의 표정을 보고 있었다. '‘휘란아! 십년이 지났는데도. 난, 네가 아직도 보고 싶다.’'그의 마음을 읽었는지 준오가 곁에서 속삭였다.'“도련님도 아시겠지만, 남편에게 아주 사랑받으며 살고 있습니다. 현재 자녀도 셋이나 두고 있을 정도입니다.”'“네, 소식은 간간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신준그룹 일도 들었고요.”'“직접 보지 못해서 그렇지 정말 대단했습니다. 얼마나 치밀하게 계획을 세웠는지. 그 늙은 여우가 한방에 나가 떨어져 버렸지요.”'준오가 웃으며 그에게 지난 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