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아무리 적풍이 온다 하지만, 감옥 앞에 그 어떤 병사도 서있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것 때문이었던가. 이린은 한기가 온몸을 휩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만한 짐승들을 상대하는 데 있어서 근접전은 자살행위나 다를 바 없었다. 제대로 된 무기라도 있다면 어떻게든 해보련만, 하필이면 손에 있는 것은 날선 조각뿐이었다. '이린은 최대한 소리 없이 발걸음을 뗐다. 하나, 둘, 셋, 넷……. 그녀의 발밑에 낙엽이 밟히면서 바스락, 성마른 소음이 흘러나왔다. 짐승들이 이린을 향해 일제히 달려든 것은 바로 그때였다.'“크허어엉!”'이린은 짐승들의 공격을 피해 몸을 날렸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한 마리가 허공에서 방향을 바꾸어 날아들었고, 그녀는 짐승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촥! 얼굴을 찢긴 짐승이 거세게 포효했다.'“크허어어어어어……!”'섬뜩한 소음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다른 짐승들이 이린을 노리며 이빨을 드러냈다. 그녀는 가까스로 한 마리를 피했지만, 어느 틈에 다른 한 마리가 뛰어들고 있었다. '이린은 반사적으로 옆에 있던 돌을 집어던졌고, 다급히 뒤로 피했다. 그러나 어느 틈에 높이 뛰어오른 두 마리가 그녀의 다리를, 그리고 팔을 물어뜯었다.'“꺄아아아!”'다리가, 아니 온몸이 불에 타는 것만 같았다. 이린은 그 와중에도 다리를 물어뜯은 짐승의 머리를 조각으로 내리쳤고, 정통으로 눈을 맞은 짐승이 괴성을 지르며 나뒹굴었다. 그녀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있는 힘껏 벽을 향해 팔을 부딪쳤다. 퍽……! 단단한 벽에 부딪친 짐승은 이린의 팔을 놓은 채 뒤로 물러섰다. '팔다리가 무참히 찢긴 채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건만,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아난 것일까. 짐승들이 튀어 오른 것과 동시에 그녀는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온전한 한쪽 팔로 나무를 붙잡았다. 목표를 놓친 짐승들의 머리를 걷어찬 이린은 가까스로 바닥에 착지했다. '“하, 하아……. 으윽……!”'이린은 신음을 삼키며 가까스로 일어섰다. 짐승들의 눈은 이전보다 더더욱 난폭해져 있었다. 지금까지는 잘도 막아냈지만…… 다음은 그리하지 못할 터. '짐승들 중 한 마리가 휘청거리는 이린의 다리를 다시 한 번 물어뜯었다. 그녀가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채 쓰러지는 사이, 멀리서 여화와 사람들의 외침이 흘러들었다.'“공주 마마!” '“누, 누가 좀 말려보시오! 감옥을 지키던 투르넨들이 공주님을……! 여화 님!”'여화는 다급히 검을 빼들며 짐승들을 막아내려 했지만, 투르넨이라 불린 짐승들은 이미 피 냄새에 미친 채 제정신이 아니었다. 크르릉……! 짐승들의 포효 소리가 허공을 떠돈 순간, 소름끼치도록 차디찬 음성이 날아들었다.'“닥치고 물러나라.”'“크, 크르…….”'투르넨들이 거짓말처럼 주춤거리는 사이, 사람들의 시선이 한 곳에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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