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후.'“이름, 서현준. 나이, 삼십팔 세. 백동파의 이인자로, 실질적인 실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주로 지내는 곳은요?”'“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업소 중 남부 나이트에 주로 나타납니다.”'“겨우 서른여덟 살밖에 안 되는 남자가 도대체 어떻게 백동파의 실세가 된 겁니까?”'“십오 년 전, 조직 간의 세력 다툼이 크게 일어났었는데, 그때 일성파에 당할 뻔한 백동파의 보스 백한철을 서현준이 구해냈습니다. 그 후로 백한철이 서현준을 키우기 시작했고, 본래 다른 조직폭력배들과 달리 머리가 좋은 서현준은 금세 이인자의 자리를 꿰차고 앉았습니다. 그 때문에 조직 내에서의 불만이 높습니다.”'“그럼 피살된 김용수와 서현준은 어떤 관계였습니까?”'최 형사의 설명에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이 없던 그가 다시 묻자 설명이 이어졌다.'“김용수는 일성파의 이인자로 서현준과는 사이가 좋지 않았습니다. 백동파의 보스 백한철이 서현준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싸움이 일어날 때마다 젊은 서현준에게 패배만 했기에, 일성파에서 그의 입지가 거의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흠…… 그럼 서현준에게 불만이 있던 김용수가 조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서현준을 도발했다가 결국 자기가 당했다고 해석해야 하는 건가요?”'“물론 그렇게도 해석이 되지만, 또다시 조직폭력배들 간의 세력 다툼이 일어나는 쪽으로 수사망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이유는요?”'“지난 10월부터 일성파의 조짐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자꾸만 백동파를 자극하면서 그 주위를 맴돌았고, 금방 세력 다툼이라도 일어날 듯 위태했었습니다.”'김용수의 사체가 인천 앞바다에 떠오른 지 열흘이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김용수의 사체만으로는 그 어떤 단서도 잡아낼 수 없어 골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 이 상태로는 수사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군요.”'“일 처리하는 데는 워낙에 철두철미한 놈이라서 솔직히 증거는 거의 남기질 않습니다. 게다가 서현준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놈이 하나 있는데, 이름은 박지석입니다. 그놈 또한 일반 조직폭력배들과 달리 일처리가 깔끔하고, 명석한 편이라 수사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아무리 머리가 명석하고, 일처리가 깔끔해도 조직폭력배에 불과합니다.”'브리핑을 하는 형사의 입에서 약한 말이 흘러나오자,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따끔하게 쏘아붙였다. 그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는 최 형사에게 그는 한층 수그러든 목소리로 물었다.'“서현준의 가족 관계는 어떻습니까?”'“다섯 살짜리 아들이 한 명 있습니다.”'“아내는?”'“법적인 아내는 아닙니다만, 함께 살고 있는 여자가 한 명 있습니다.”'“아이의 엄마입니까?”'“네. 하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혼인신고는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아이의 엄마가 아닐 수도 있지 않습니까?”'“아니요. 함께 살고 있는 여자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아이 또한 그 여자에게 엄마라고 하는 걸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조직폭력배들이 여자들을 소모품으로 생각하며 이 여자 저 여자 데리고 놀다가 버리곤 하는데, 저희가 지켜본 바로 서현준은 다른 여자를 만나고 다닌 적이 없습니다.”'최 형사의 설명에 그는 양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한참이 지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어차피 쉽게 끝날 싸움은 아닌 것 같군요.”'“네. 김용수의 시체가 발견됐다고는 하나, 서현준이 했다는 아무런 증거가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장기전으로 갈 것 같습니다.”'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김용수라는 남자의 시체가 바다에 떠올랐다. 그리고 김용수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서현준이라는 인물이 그를 살해했을 것이라는 심증은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물증이 없었다.'회의를 주도하던 윤형은 답답한 듯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더니,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했다.'“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는 게 맞겠죠?”'“네?”'“형사들 중에 자리 깔아주면 잘 노는 사람 몇 명만 데리고, 오늘 남부 나이트로 갑니다.”'“검사님께서 직접요?”'“새삼스럽습니까?”'“아니요. 하지만 요즘 계속 밤샘 근무하신 것 같은데, 필요하다면 저희가 움직일 테니 검사님은…….”'“오늘 업무 마치고 11시까지 남부 나이트로 오세요. 회의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윤형은 최 형사의 만류를 단호히 잘라버린 채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그러자 재빨리 뒤따라 나온 김 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검사님께서 맡고 있는 사건이 열 건이 넘습니다. 툭하면 야근에, 주말도 없이 일만 하시다 정말 큰일 납니다. 오늘 일은 형사들한테 다녀오라고 하시고, 검사님은 좀 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러다 검사님 정말 쓰러지십니다.”'“제 업무 스타일 모르십니까?”'“아, 알죠.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벌써 오 년째 아닙니까? 그러다가 건강이라도 해치시는 거 아닌가 하고, 민 검사님께서도 걱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