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던 두 사람은 조금 떨어졌다. 지상 41층에서 지하 2층까지 내려가는 이 시각, 따로 탈 사람이 없다는 것을 채훈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은 둘만의 공간에 갇혀 있는 것이다. 둘은 점점 줄어드는 빨간 숫자만을 주시하며 숨소리를 죽였다.'숫자는 어느덧 35를 가리키고 있었다.'잠시 침묵이 생겼는데 그 침묵을 깬 것은 역시나 채훈이었다.'“시아 씨, 오늘 즐거웠어요.”'“저도. 식사도 맛있었어요. 그리고 고마워요.”'“……고맙다는 말 말고 다른 말 없어요?”'그가 그녀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왔다.'“시아 씨, 내가 시아 씨에게 관심 갖고 있는 것 알고 있죠? 시아 씨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요?”'그의 질문에 시아는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연히 좋으니까 만나죠.”'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채훈의 미소는 숨겨지지 않았다. 채훈은 시아의 팔을 살짝 감싸 쥐고 그녀의 눈을 마주보았다.'“우리……사귈래요?”'그 순간 숫자는 28로 바뀌었다.'“…….”'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러는 와중에 시아는 숫자가 몇인지 확인하고 있었다.'‘20, 19.’'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며 줄어드는 숫자를 바라보는 채훈의 가슴은 타들어갔다. 어느덧 숫자는 10까지 내려갔다.'‘내가 너무 성급했나?’'그는 다시 그녀를 따뜻하게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지금 대답하기 곤란하면 나중에 얘기해 줘도 돼요. 그래도 저 많이 기다리게 하지 마요.”'그가 말을 마치자 숫자는 3이 되었다. 내릴 준비를 하려는지 채훈은 그녀를 등지고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았다.'“……저기요.”'떨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그……럴……게요.”'아주 작은 소리였지만, 그는 그녀의 대답을 들었다.'땡! 덜커덩!'이미 엘리베이터는 그가 차를 주차해 놓은 지하 2층까지 내려 와 있었다. 그러나 채훈은 내릴 생각이 없었다. 그는 엘리베이터를 정지시켜 놓고 그녀를 살며시 안았다. 그러더니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숨소리도 내지 않고, 천천히 자신의 입술을 그녀의 입술로 가져갔다. 처음 하는 키스를 강렬하게 할 수가 없어서 그는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간질이고만 있었다.'‘키스하고 싶지만…… 무리겠지?’'그렇다고 뽀뽀는 싫었다. 그는 거친 숨을 겨우 억누르고 자신의 부드러운 입술로 바르르 떨고 있는 그녀의 달콤한 입술을 살짝 잡아당겼다. 그녀의 입술은 그가 상상했던 대로 매끄럽고 보들거렸다.'‘딸기 맛이네.’'화장을 거의 하지 않는 시아의 입술엔 딸기 맛 입술보호제가 발라져 있었다. 덕분에 채훈은 그녀의 입술 보호제 맛을 제대로 음미하고 있었다. 그는 차마 입술을 벌리고 시아의 입속을 침범할 수 없어서 혀로 그녀의 입술을 괴롭히고만 있었다. 그러면서 입술로 그녀의 아랫입술, 윗입술을 차례로 자분자분 깨물었다.'그런 채훈의 공격에 시아는 정신이 아뜩해지고 말았다. 처음 맛보는 감미로운 입맞춤에 시아는 눈을 뜰 수도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침을 삼키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손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 몰라 허공에 두고 가만히 움직이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결국 손을 뻗어 잡은 게 그의 허리께였다. 되도록 허리에 손을 닿지 않게 하려고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는데 숨을 참다 보니 세게 잡아당기고 말았다. 그러자 그녀 어깨에 걸쳐 있던 그의 외투는 바닥에 툭 하고 떨어졌다.'이에 잠시 그녀와 입술을 뗀 채훈이 시아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눈을 뜰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아마도 눈을 뜨면 그의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볼 것이라는 것을 알아서인 것 같다. 시아가 눈을 뜨지 않고 온몸을 작게 떨고 있자 채훈은 귀여운 듯 그녀의 속눈썹에 살짝 뽀뽀를 했다.'“많이 기다리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요.”'그의 얼굴을 차마 응시할 수 없어서 시아는 그의 가슴에 얼굴을 가만히 파묻었다. 운동으로 다져진 그의 가슴은 분명 단단하고 탄력이 있었지만 그의 품은 푹신한 소파처럼 아늑했다, 처음 그의 품에 안겼을 때처럼.'그들은 둘만의 공간에 갇혀서 가을밤의 고요함을 즐겼다. 달콤함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