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폐하, 감축 드리옵니다.”'“아, 간대부인가. 하하. 청유국 황실은 워낙 손이 귀하니, 이토록 건강한 황자가 무탈하게 태어남이 참으로 기쁘다네.”'천품이 흐르는 황제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가실 줄 모른다. 간대부의 벼슬에 올라 있는 주륜은 공손하게 허리를 숙이며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황실에 새 사람이 태어났으니, 영산에서 사람들이 오겠군. 간대부가 부족함 없이 준비해 주게나.”'기름진 땅과 풍부한 물을 가진 청유국의 북동쪽에 위치한 영산은 대대로 신성시 되는 지역이었다. 주씨 가문과 더불어 청유국 건국에 큰 공을 세운 공탄이라는 자가 부족을 이끌고 그곳에 조용히 자리 잡은 것이 벌써 이백 년도 더 지난 일이다. '영산이 황제들도 함부로 할 수 없게 된 데에는 공탄을 비롯하여 대대로 앞날을 예언하는 자들이 그들 부족에서 태어난 때문이었다. 하지만 공탄의 부족들은 그 뛰어난 능력으로 인해 단명하였고, 능력을 사용할수록 목숨이 더욱 짧아져만 갔기에, 공탄은 황자가 탄생할 때 단 한번 그들의 능력을 사용하여 앞날을 읽을 것이며 그 외에는 결코 부족들의 희생을 강요할 생각이 없다 못을 박았다. 그리고 자신이 제시한 그 약조를 지키지 않으면 다른 나라로 가서 그들을 위해 앞일을 내다보는 그 능력을 펼칠 것이라고 위협 아닌 위협을 펼쳐 결국 황제는 공탄과 누구도 깨트릴 수 없는 굳은 피의 결의를 하였고, 지금까지도 그 약조는 단단히 지켜져 오고 있었다. 지금의 황제가 국혼을 치른 지 다섯 해 만에 황자가 태어났으니, 어김없이 소식을 듣고 영산에서 앞으로 나라의 새로운 황제가 될 아기의 운명을 읽어 주러 사람을 보낼 것이다.'“예. 폐하.”'주륜의 낮고 맑은 목소리에 흡족한 미소로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황제. 청유국에서 영산의 존재만큼 오래된 것이 또한 주륜의 집안, 주씨 가문이었다. 오랜 시간 황제의 가장 가까이에서 그를 보필하여 왔음에도 언제나 청빈하고 강직한 성품으로 과욕을 부리는 법이 없었고, 충심으로 나랏일을 돌보았기에 황제는 물론 나라의 관료들도 주가 사람들을 진정으로 존경하였다. 자신의 아바마마이신 돌아가신 선대 황제께서 그러하였듯 지금의 황제 역시 그런 주씨 가문의 장자 주륜을 누구보다 믿고 가까이 하고 있었다.''“……부인은 괜찮은 것인지.”'황제가 머무는 송화궁을 빠져나온 주륜은 잠시 자미화(紫微花) 아래 걸음을 멈추었다. 황후 마마께서 산실청에 드셨다는 소식에 이른 아침 입궐을 한 주륜이지만, 기실 새벽부터 산통이 시작된 부인 걱정에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다.'“오늘처럼 좋은 날, 어찌하여 이리도 마음이 어지러운 것인가.”'주륜은 몸이 약한 부인에 대한 염려를 제외하고도 무언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온몸을 감싸오자, 단정하게 넓은 어깨를 살짝 들었다 내렸다.''“잠이 드셨사옵니다.”'영산에서 올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빈틈없이 마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와 안대문을 지나는 주륜을 늙수그레한 유모가 사람 좋은 미소로 맞이했다. '“두 사람 모두 괜찮은 것인가?”'고통스러운 산통을 자신 없이 겪었을 부인이 안쓰럽고도 대견하여 주륜은 목소리를 낮추었다.'“예. 참으로 고운 따님입니다.”'유모의 대답에, 비로소 주륜의 얼굴에 안도와 기쁨의 미소가 잔잔히 번져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황자가 태어나고 닷새도 지나지 않아, 감색 옷을 입은 중년의 사내들이 황궁을 찾았다. '“…….”'주륜은 예사롭지 않은 눈빛을 한 사내들과 함께 조용히 송화궁으로 향했다. 그 역시 말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영산에서 온 사내들이 맑게 고인 우물물처럼 잔잔하되 변함없는 표정으로 묵묵히 뒤를 따르기만 하자 공연히 머쓱하여 말을 꺼내었다.'“힘든 여정은 아니셨습니까?”'“……주씨 가문의 장자시군요.”'다행히 맨 앞에서 그를 따르던 사내가 주륜을 꿰뚫는 것 같은 차분한 시선으로 대답했다.'“예. 아버님께 영산의 분들에 대한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기실 주륜의 아버지 역시 지금의 황제가 태어날 당시, 황궁을 방문한 그들을 단 한번 만났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