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면사포 위에 자신이 준 티아라가 반짝이는 것을 보며 태훈의 입가에 미소가 스며들었다. 자신의 눈은 정확했다.'서경이 넋을 잃고 쳐다보던 티아라의 디자인을 인용해 만든 장식이 심플한 드레스와 어울려 아름다움을 빛내고 있었다.'자신의 앞으로 다가오는 서경을 보며 태훈이 손을 내밀었다.'“어서 와.”'이제는 익숙해진 저음의 목소리에 서경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자신이 하려는 일을 알까?'남자의 눈길이 자신을 보는 것을 알지만, 서경은 그의 강렬한 눈빛에 주저앉고 말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애써 시선을 피했다.'태훈은 이제 자신의 아내가 될 여자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어느 틈에 가슴을 파고든 여자는 이제 정식으로 자신의 아내가 될 것이다. 결혼서약이 들려왔다.'태훈은 대답을 하는 자신의 목소리에서 이제는 망설임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서경?'태훈이 고개를 돌려 서경을 보았다. '“예.”'그녀의 담담하고 조용한 목소리를 들으며 안도하는 자신이 있었다.'‘그래 갈 데까지, 그리고 내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가보자.’'태훈은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며 이제는 운명에 맡기기로 했다.''태훈의 눈앞에 보이는 국제공항은 어둠이 깔리고 있었다. 공항을 바라보며 태훈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땀에 젖은 남자가 공항청사에서 나오며 차로 다가왔다. 남자의 얼굴은 실망으로 가득했고 차로 다가오는 남자의 발걸음은 무거워보였다.'차 앞으로 다가선 남자는 무심한 자세로 앉아있는 태훈을 보며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차 문을 열었다.'태훈은 들어오는 민호를 알면서도 그대로 앞만 쳐다보며 물었다.'“벌써 뜬 건가?”'“죄송합니다.”'“네가 미안할 건 아니니까.”'“…….”'태훈의 입가에 쓴 미소가 서렸다.'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씁쓸한 것은 감출 수가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민호의 말에 태훈은 가지고 있던 봉투를 내밀었다.'“내일 변호사와 함께 가서 제출하고 와.”'봉투를 본 민호의 표정이 얼떨떨해졌다.'“본인이 없는데 괜찮겠습니까?”'“상관없잖아? 본인의 서명도 확실하고 변호사도 이미 확인한 사항이니까 대리인 자격으로 다녀오도록 해.”'“형. 그리고…….”'염려스러운 듯한 음성으로 민호가 태훈을 불렀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였기에 뭔가 중요한 일이 벌어지면 입버릇처럼 나오는 말이었다.'“그렇게 해.”'더 이상 말하지 말라는 듯이 대답하는 태훈의 음성은 단호했다.'민호가 한숨을 쉬는 것을 곁눈으로 보며 태훈은 의자 깊숙이 몸을 묻었다.'그러나 편한 듯이 보이는 태훈의 속도 사실은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설마 결혼식을 올린 날 그대로 도망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이미 서경의 친구들에게 단단히 입막음을 시켜놓았기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했던 태훈이었다. '서경도 서경의 친구들도 간단하게 그의 뒤통수를 쳤다.'“어디 두고 보자고. 이서경.”'결혼 첫날 없어진 신부를 대신할 무언가를 찾으며 싱긋이 미소를 짓는 태훈의 얼굴에는 이상할 정도의 여유가 엿보였다.'“한잔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