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만 가 봐야겠어요.”.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걸까? 그의 집에서, 그의 침실에서 키스를 하다니. '그의 키스는 정말이지 스콜피언처럼 위험했다.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 늪처럼.'혜경이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돌아서는데 어느새 현우가 혜경의 등 뒤로 다가와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그의 체온에 혜경의 심장이 멎었다. '“가지 마!”'짧은 그의 한 마디. 낮고 강한 그의 목소리에 혜경이 마법에 걸린 것처럼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춰 섰다. 그녀의 배 위에 머무른 그의 손길에 혜경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의 손을 타고 온몸에 전해오는 그의 심장박동 소리에 혜경의 온몸이 전율했다. '“가지 마. 같이 있고 싶어.”'혜경이 속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의 배에 머문 그의 손을 풀어내려고 깍지를 낀 그의 손가락을 떼어내려 했지만 그럴수록 현우가 더욱 힘을 주어 혜경을 안았다. 도망갈 곳도 없이 그의 품에 완전히 갇혀 버리고 말았다. '혜경이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벌써 날이 밝았어요.”'혜경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현우가 그녀를 안고 있던 손을 풀고는 혜경을 벽으로 밀쳤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혜경이 순식간에 그와 벽 사이에 갇혀 버렸다. 현우가 두 손으로 벽을 짚으며 혜경을 내려다보았다. 다시 입술을 향해 다가오는 그의 입술을 혜경이 고개를 돌려 살며시 피했다. 그가 싫지 않지만 지금 이런 느낌이라면 자신을 온전히 지켜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조금의 거부감이 일었다.'“왜 피하는 거지?”'실망한 듯 풀이 죽은 그의 목소리에 혜경이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아직은 좀 이른 것 같아요. 그래서…….”'실망스런 눈동자로 내려다보는 그의 눈동자에 혜경의 마음이 편치 않았다. 두려웠다. 모든 것을 다 주고 나면 혹시라도 그가 떠나버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앞섰다. '“날 못 믿는 거야?”'“아니요. 믿어요.”'“그런데 왜?”'“그냥…… 저도 모르겠어요. 아직은 마음에 준비가 되지 않은 것 같아서…….”'현우가 혜경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아직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그녀의 말, 그 의미를 속으로 되새겼다. 야속한 마음에 그 뒤로 자신을 지키려는 그녀의 행동이 사랑스러웠다. 그런 한편으론, 자신을 진실로 좋아하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아직은 믿음이 가지 않을지도…….'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그의 손을 살며시 뿌리치며 혜경이 그의 사정거리에서 벗어나려는데 현우의 손이 혜경을 잡고 놓지 않았다. 그의 손에 힘이 가해지는가싶더니 순식간에 혜경을 끌어당겼다. 혜경이 다시 그의 사정거리 안에 갇혀버린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그녀의 몸이 어느새 침대 위로 쓰러지고 현우가 그녀의 몸을 지그시 누르고는 그녀의 귀에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가지 마! 같이 있고 싶어!”'그레나딘 시럽처럼 달콤한 그의 목소리에 혜경은 잠시 심장이 멎고 말았다. 그와 맞닿은 가슴에서 그의 뜨거운 심장이 느껴졌다. 그의 뜨거운 심장을 느끼자 숨을 쉬는 방법을 잊을 정도로 혜경은 온몸이 경직되는 것을 느꼈다. 달콤한 목소리와 함께 이어지는 그의 부드러운 키스, 이제는 더 이상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혜경은 정신이 혼미해지고 무기력해졌다. 입술에서 시작된 그의 키스가 혜경의 이마며 눈썹, 볼, 입술 할 것 없이 눈에 보이는 혜경의 모든 살결에 와 닿았다. '그의 부드러운 키스에 혜경은 아무런 저항도 거부도 할 수가 없었다. 그의 입술에서 느껴지는 체취와 그의 달콤한 입술의 감촉. 마치 그의 입술이 그동안 잠자고 있던 혜경의 몸 안의 모든 세포들을 하나씩 깨우듯 입술을 지나 목덜미에, 귓불에 키스를 퍼부었다. '현우는 키스를 멈추지 않았다. 그녀가 도망가지 않게 두 손으로 혜경의 잘록한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 허리 라인을 따라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부서지지 않게, 아프지 않게 그녀의 등과 허리를 쓰다듬었다. ''달콤하면서 위험하고, 씁쓸하면서 감미로운 칵테일. 그 느낌처럼 다가온 그의 존재. 오후 내내 그의 침실에서 그의 품에 안겨있었던 자신을 떠올리자 혜경이 혼자서 얼굴을 붉혔다. '그의 향기가 독처럼 삽시간에 혜경의 온몸으로 퍼진 것만 같았다. 하루 온종일 떠올리게 되는 그의 얼굴, 그와의 키스, 그리고 그와 나눈 육체적인 쾌락. 그의 몸에서 느껴지던 따뜻한 온기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 같아 혜경이 자신의 가슴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너무 성급했던 건 아닐까. 이렇게 빠져 버리다 헤어 나오지 못하는 건 아닌지……. 혹시라도 그의 마음이 변하는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