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마셨나?'유미는 비틀거리며 손을 들어 눈을 비볐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다시 보았지만, 눈앞에 앉아있는 고양이의 눈동자가 황금색과 은색이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 '눈동자의 색이 각기 다른 고양이가 있긴 했다. 하지만 노란색과 흰색이 아닌, 보석같이 화려하게 빛나는 황금색과 은색이라니?'음. 취해서 이렇게 보이는 거겠지?'유미는 방긋 웃은 뒤 고양이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갔다.'“야옹아, 네가 아무리 길냥이라고 해도 이렇게 추울 때는 밖에 있으면 안돼. 언니가 하루만 재워줄게.”'유미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 몸집으로 봐서는 아기고양이지만 길냥이는 분명 길냥이. 최소한 발톱을 세우며 할퀼 게 분명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고양이는 유미가 안아드는 데도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얘, 왜 그래? 너 아픈 거니?”'유미는 술이 확 깨는 느낌이었다. 최소한 귀를 눕혀서 경계심을 나타내야 되는데 고양이는 그저 황금색과 은색의 눈동자로 자신을 탐색하듯 응시할 뿐이었다. '“안 되겠다. 병원에 가야지. 아파도 조금만 참아.”'유미는 알레르기에 대한 걱정도 잊은 채 고양이를 꼭 보듬고는 근처의 동물병원으로 헐레벌떡 뛰어갔다. 24시간 열리는 동물병원의 원장, 왕 수의사가 유미를 반갑게 맞았다.'“또 길냥이 데려오신 거예요?”'“네. 얘 좀 봐주세요. 많이 아픈가 봐요.”'유미는 조심스럽게 고양이를 내려놓았다. 진찰대 위에 올라선 고양이는 왕 수의사가 이곳저곳을 진찰하는데도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니, 관심이 없는 태도가 아니라 마치…… 귀찮아하는 것 같다고 할까? 하지만 고양이는 왕 수의사가 항문쪽에 체온계를 꽂으려고 하자 돌변했다. '― 뭐하는 짓이냐, 이 멍청한 지구의 차원인아!'거친 말소리가 울리는 동시에 체온계는 순간 먼지로 변해버렸다. 왕 수의사와 유미가 멀뚱하게 쳐다보는 가운데, 고양이는 날카로운 이를 드러냈다.'― 감히 누구한테 그딴 짓을 하려고 해!'“에…… 선생님, 라디오 틀어놓으셨어요?”'유미는 멍하니 물었다. 왕 수의사는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저었고, 유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그럼 이 소리는 어디서 나는 거지?”'― 어디서 나긴 어디서 나? 내가 사어(私語 : 일종의 텔레파시.)로 말하고 있는 거다, 지구 차원의 여자여.'고양이는 꼬리를 움직여 끝으로 유미의 얼굴을 가리켰다. 유미는 그제야 깨달았다.'“고, 고양이가…….”'― 누가 고양이야?'고양이가 화를 내며 반문하자 유미는 두 눈을 비빈 뒤 다시 관찰했다. 황금색과 은색의 눈동자가 특이하긴 했으나 어른 주먹보다 조금 더 큰 몸집에 까만 털, 덜 자란 듯 귀엽고 앙증맞은 네 개의 다리와 얇은 꼬리는 분명 고양이가 맞았다.'“고양이 맞는데.”'― 시, 시끄러워!'고양이는 다시 화를 내더니, 이번에는 꼬리로 왕 수의사를 가리켰다. 왕 수의사는 깜짝 놀라 눈을 보름달만하게 떴다.'― 너, 감히 나한테 그딴 짓을 하려고 해?'“몰, 몰라서…….”'― 당연히 몰랐으니 그런 거겠지. 알았으면…….'고양이는 발톱을 드러냈다. 몸집이 공CD보다 작은 아기고양이가 발톱을 드러내봤자 얼마나 무섭겠냐마는, 이 특이한 고양이는 달랐다. 주변 전체를 짓누르는 살기를 발할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