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체 운전을 이 따위로 하면 어떻게 합니까?”'승후는 차 문을 거칠게 닫고 내리며 사고를 낸 앞 차 쪽으로 성큼 걸어갔다. 오랜만에 그 답지 않게 늦잠을 잔 터라, 재판 시간을 겨우 맞출 판인데, 차사고까지! '평소에 침착하라면 둘째가도 서러운 성격이었지만, 승후는 갑자기 짜증이 밀려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주은은 자신의 조그만 소형차 운전석에 앉아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제길, 안 그래도 늦었는데……. 게다가 개강일에 사고가 나다니! 이번 학기에 대체 무슨 일이 생기려고. 에고고.’'주은은 이번 학기가 왠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더 끔찍한 것은 언뜻 뒤를 보니 부딪친 차는 자신의 초소형 차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한 가격의 외제 고급 승용차였다. 한순간의 주은의 얼굴은 울상이 되었다. '‘망했다, 망했어.’'주은은 뒤 차의 운전자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는 눈을 찔끔 감고 차에서 내렸다. 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안 그래도 조심하던 주은이었는데, 초보운전임에도 이번 사고는 자신의 과실이 분명하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주은은 고개도 들지 못하고 사과를 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 큰소리로 나가야 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막상 자기에게 이런 일이 생기니 배 째라 식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데. '“저기, 죄송합니다. 제가 초보…….”'“아니, 여자가 집에서 밥이나 하지 뭐하러 아침 일찍부터 차를 끌고 나와서 운전을 이 따위로 합니까?!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주은은 아직도 이렇게 시대착오적인 발상을 가진 남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당연히 나이가 조금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뒤 차의 운전자는 자신보다 대여섯 살은 더 어려 보였다. 머리에 바른 무스며, 고급 양복. 주은은 승후를 한 눈에 양아치로 결정 내려 버렸다. '‘새파랗게 젊은 것이지 부모님 돈으로 좋은 차 끌고 나와서 아무한테나 막말해대고. 쯧쯧, 이러니깐 우리나라가 안 되는 거야. 너 같은 놈들 때문에 내가 대한민국에서 살기가 싫어지는 거야.’'승후는 승후대로 짜증을 견딜 수가 없었다. 얼핏 보기에는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아줌마 같은데 아침에 남편 밥이나 해 줄 것이지 뭐하러 출근시간에 차를 끌고 나오는지 안 그래도 화가 나 있는 상태에서 운전자가 여자임을 알고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어느새 반말을 쓰고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상대편에서 먼저 숙이고 들어오면 그냥 연락처만 주고받아도 되겠지만,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차기에 승후는 화를 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뭐 이딴 여자가 다 있어? 아줌마, 남의 차를 이렇게 박살냈으면 무슨 말이 있어야지?”'‘어이쿠 이제 반말까지 하네.’'주은은 자신더러 자꾸 아줌마라 하는 승후를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성질 같아서는 달려들어서 물어버리고 싶었지만, 참을 인자 세 개면 살인을 면한다는 아버지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참고 또 참았다. 주은은 화가 나서 일단 화를 가라앉히느라 쉽게 입이 열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