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유찬은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내렸다. 통화가 안 되는 것이 벌써 일주일이 넘어선다. 하루라도 하경의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 마냥 매일 전화를 걸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일주일째 그녀의 핸드폰도 집도 모두 결번으로 연결되었다. 유찬은 여러 가지 가설로 자신을 안심시켰다. 그는 일주일을 참은 것이 대견하다 싶을 정도로 최대한의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었다.'하경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한국으로 들어오라는 그의 말에도 하경은 굳이 하이스쿨을 미국에서 마치고 싶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래서 지금은 홀로 미국에 있는 상황이다. 물론 미국에 그녀의 친척들이 계시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이 유찬에게 위로를 안겨주지는 못했다. 사실 연락이 되지 않은 첫날부터 유찬은 하경이 있는 뉴욕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신제품 출시 때문에 바쁜 시기여서 유찬은 쉽게 회사를 비울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지금은 그나마 큰일들은 모두 마무리 되었다. 이젠 자신이 자리를 비워도 진행될 수 있는 일들만 남았기에 그의 인내심은 한계에 도달했다.'아니 회사에 큰일이 있다고 해도 더는 참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기에 당장이라도 뉴욕에 가야했다.'-삐'-네, 실장님.'-뉴욕 행 비행기 티켓 가장 빠른 걸로. 지금 당장!'-네, 알겠습니다.'그는 티켓이 구해지는 대로 바로 떠나기 위해 서랍을 열어 여권과 비자를 챙겨 들었다. 막 방을 나서려는데 당장 보아야 할 서류 몇 개와 노트북이 눈에 밟혀 잠시 머뭇거리다 그 것들도 역시 같이 챙겨 들고는 방을 나섰다. 아무리 여유가 생겼다고는 하나 단 하루 이틀도 회사를 아주 비워 둘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가벼운 마음은 아니었지만 하경의 얼굴을 보지 못한 것도 한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연락조차 되지 않으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더 이상 있을 수가 없었다. '‘잠시 얼굴만 보고 오면 되는 거야.’'뉴욕에서 지체하지 않고 하경이 아무 일 없다는 것만 확인한 채 바로 돌아올 테니 이틀간 출장 간다 생각하자고 자신을 안심시키며 나서는 그였다. 아버지이자 회사 회장인 민석에게 보고라도 하고 떠나는 것이 좋을듯하여 회장실로 향했다.'“김 비서, 지금 회장님 계신가?”'유찬의 말에 민석의 비서인 은정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문을 열고 들어가려는 유찬을 막아서면 '“네 실장님. 그런데 손님이 와계셔서 지금은 만나 뵙기 곤란합니다. 누구도 들이지 말라는 회장님 명령이 계셨습니다.”'“내부인인가, 외부인인가?”'“외부인입니다.”'빨리 보고하고 공항으로 향해야 하는데 손님이 계시다는 말에 짜증이 일었다.'“급한 일이라고 말씀드려.”'“네 실장님.”'은정이 잠시 머뭇거리다 자신의 자리에 있는 인터폰으로 연결을 하려고 하는 그때 회장실 문이 열리고 민석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 엄하고 냉정한 모습은 어디 갔는지 보기 드문 인자한 민석의 모습에 유찬은 손님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그때 민석이 유찬을 보고 갑자기 당황하며 헛기침을 해댔다. 그리고 민석의 모습 뒤로 외부손님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