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최다영. 이렇게 입고 곧 바로 선보러 나가도 되겠어. 어쩜 이렇게 예쁘냐? 최수지가 울고 가겠다.”'최수지까지는 아니었지만 다영은 여느 때와 달리 상당히 화사해 보였다. 그동안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에게 드릴 음료수 선물을 사들고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교무실이 있는 5층을 누르려는데 누가 엘리베이터를 멈춰 세웠다.'“잠깐만요. 같이 갑시다.”'아무런 생각 없이 열림 버튼을 누르던 다영은 너무 놀라 딸꾹질이 나왔다.'엘리베이터를 세운 사람은 이재원이었다.'“흡!, 흡!”'재원은 언제나처럼 사람에게 별다른 시선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다영의 존재를 모르다가 딸꾹질 소리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게 되었다. 그녀를 바라보던 그의 눈은 처음엔 멍해 있었다. 그러다 점차 놀라서 커다래졌다가, 다시 서서히 미소를 짓느라 눈은 가늘게 변했다.'처음이었다. 그녀가 그의 활짝 웃는 모습을 본 것은.'“오래간만이네요.”'풀만 뜯어먹고 사는 사람처럼 담백하다 못해 늘 냉소적인 시선을 보냈던 그가 오늘따라 마가린에 밥을 비벼 먹고 왔나 기름지고 느끼한 눈길을 다영에게 보내고 있었다. 호빵같이 뜨거운 그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 다영은 시선을 살짝 비키고 고개를 기울여 새치름하게 인사했다.'“네, 안녕하셨어요?”'그는 다영의 인사를 받더니 그녀가 들고 있는 음료수 상자에 초점을 맞췄다. '“선생님들께 인사드리려고 오셨나 봐요?”'“네.”'다영의 대답과 동시에 엘리베이터가 5층에 멈춰 섰다. ‘띵!’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그는 내릴 생각도 안 하고 계속 추궁하듯 질문을 퍼부었다.'“인사드리러 온 걸 보니, 대학에 합격하셨나 봐요?”'다영은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쉬며 짧게 대답했다.'“네.”'다영의 대답에 그는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그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생각을 하지 않자 답답한 마음에 그녀가 먼저 내리려고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일보직전이었다. 아슬아슬한 그 순간에 그가 잽싸게 발로 문이 닫히는 것을 막았다.'“그럼, 오늘 한턱 얻어먹어야겠네.”'그 말을 마치고 그는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앞장서서 걸었다. 뒷모습만 보아도 그의 표정이 상당히 기대에 찬 모습이란 걸 알 수 있었다.'‘뭐야? 농담이야, 진담이야? 왜 나한테 한턱을 얻어먹어? 아이, 저 인간 괜히 사람 부담스럽게 만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