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호.”'“어.”'“형님한테 내가 뭐 잘못했나?”'바로 돌아본 신윤호의 얼굴에는 의문이 가득하다. 그것도 아니라면, 뭐지? 그 짧은 시간에 다시 머리를 굴리다가 고개를 돌리니 나를 빤히 보고 있는 신윤호가 보인다.'“그럼 내가 너무 안 차려입고 갔나?”'“그럴 줄 알았다. 너 아까 그래서 계속 풀 죽어 있었던 거지?”'“조금. 그렇잖아. 너도 그렇고 해인 언니도 예쁘게 입고 왔고. 윤현 오빠도 슈트차림인데. 나 혼자 너무 캐주얼하게 입어서.”'“너 그거 안 하면 안 돼?”'“뭘?”'옆에서 계속 걸음을 맞춰주던 녀석은 내 질문에 꽤 망설였다. '“오빠라고 하지 마.”'“어?”'“그냥 아주버님이라고 하던지. 그거 싫으면 그냥 형님이라고 해. 내가 부르는 것처럼.”'“언제는 조폭이냐며?”'“하여튼 그렇게는 부르지 마!”'홱 돌아보는 신윤호의 얼굴에 멈칫했다. 무표정으로 한참동안이나 마주보는 신윤호 덕에 꽤 당황했던 것도 같다. 작게 한숨을 쉰 녀석이 대뜸 그런다.'“싫어.”'“그러니까 뭐가? 자꾸 앞에 다 자르고 말 할래?”'“네가 형한테 오빠라고 하는 거. 계속 실실 웃는 거. 다 싫다고.”'“너 설마…… 질투해?”'세상에. 다른 남자도 아니고 형 때문에 질투하는 애가 어딨어? 고개만 한 번 살짝 끄덕인 녀석이 나를 피해 눈동자를 굴린다. 기가 찬 표정으로 신윤호를 보다가 피식 웃어버렸다.'“땅굴에서 인간 세상으로 끄집어 올렸더니 이런 문제점이 있을 줄이야. 다시 삽 들고 파버리던가 해야지.” '녀석의 말에 입을 떡하니 벌리고 녀석을 바라봤다. 딱 3초간 그런 나를 보던 녀석이 감흥 없는 목소리로 말한다.'“농담이야.”'하지만 저런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니 전혀 농담 같지가 않다. 이러다가 곧 다시 땅굴로 들어가게 되는 건 아닐까? 겨우 땅굴에서 고개를 내밀었는데 이런 나를 신윤호가 삽으로 내려쳐 아래로 떨어뜨리진 않겠지?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다시 걷기 시작한 녀석의 뒤통수를 가늘게 뜬 눈으로 흘끔거렸다. '“신윤호.”'“왜?”'한 번에 달려가 녀석에게 팔짱을 끼고 매달렸다.'“왜 이래?”'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팔짱을 두른 내 팔을 풀지는 않는다. 피식 웃으며 더 매달리니 슬쩍 나를 내려다본 녀석이 결국은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