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알아본 것 맞지?"'"그렇다니까."'유림은 다소 불안한 눈으로 동생, 규진을 보았다. 살고 있던 빌라를 개보수한다고 해서 쫓겨난 지 벌써 한 달 째였다. 부모님의 집에서는 왠지 위축되는 기분이 들어서 하고 싶은 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일단 아버지의 통금 시간 명령 때문에 불가피하게 참석해야 하는 회식자리에서도 눈치를 보며 빠져 나와야 했다.'더군다나 지금은 애인이 없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영영 이렇게 솔로로 살라는 법은 없다. 운명이란 언제 어느 때 찾아오는 것인지 알 수 없는데 자칫했다가 주변의 상황 때문에 그 운명이 산산조각이 나면 얼마나 억울할지 생각만도 싫었다.'하지만 무엇보다도 지금 당장 살 곳이 시급한 이유는 바로 교통 문제였다. 회사에서 집까지 두 시간이나 되는 거리를 아침, 저녁으로 출, 퇴근을 하려고 하니 아무리 해도 안 되던 다이어트가 빛을 발하고 있었다. 평상시라면 줄어든 체중계 눈금을 보며 자축을 해야 하겠지만 나날이 쌓여가는 피로로 인해 딱 죽을 맛이었다. '부모님은 조금 옛날 구닥다리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서 함께 사는 데 불편함이 많았다. 그래서 독립을 하게 되었을 때, 환호성을 터뜨릴 정도였다.'그렇게 집에서 나와 혼자 생활을 하며 하고 싶은 일은 모두 했기 때문에 지금은 부모님 집에 있는 1분 1초가 견디기 힘들었다. '그런 이유로 남동생에게 집을 물색하는 것을 돕게 했다. 회사 근처 괜찮은 집이 있으면 알아보라고 했는데 오늘 규진이 괜찮은 곳을 물색해온 것이다. '"아파트 주인인 누나는 정말 미인이었어. 그리고 상당히 친절하고."'규진이 유림으로부터 받을 용돈을 생각하며 흥이 나서 자세히 설명을 했다. '"그래서 계좌로 6개월 치 240만원만 넣으면 바로 들어와서 살아도 괜찮대."'"계약서 같은 것은?"'"계약서는 무슨. 그냥 편하게 생각하래, 자기 집처럼. 그리고 사기 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아. 집도 봤는데 엄청 깨끗하고 말이야. 더군다나 친구들 인맥 통해서 알아낸 곳이니까 확실하고."'"그래?"'유림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룸메이트라면 싸게 먹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월 40이라면 너무도 좋은 조건이었다. '"정말 바로 들어가도 된대?"'"어. 누나 보증금 뺀 거 있잖아. 240 충분히 뗄 수 있지 않아?"'"그렇지! 짜아식, 고맙다."'"뭘. 혹시 궁금하면 한 번 가서 집 구경 좀 하던지."'"그래. 빈방도 보여줬어?"'"어. 누나 옷가지 좀 싸가지고 들어가면 될 것 같아."'유림의 기대감은 계속해서 뭉글뭉글 피어올랐다. 아는 사람 소개라니 설마 사기랴, 싶기도 하고 또 사정이 급한 것에 비해 조건은 너무 좋으니까 이게 딱 내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계좌번호 받아왔어?"'"당근이지."'규진이 주머니에서 꾸깃꾸깃한 종이를 꺼내 유림의 앞에 펼쳤다. 유림이 그것을 받으려고 하는데 그가 짓궂은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홱 치워버렸다. 유림의 표정이 일순 굳어졌다.'"뭐하는 거야?"'그러나 규진은 다른 말없이 다른 손을 그녀에게 펼쳤다. 그리고 네 개의 손가락을 까닥까닥 움직였다.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한 유림이 이를 갈며 지갑을 꺼내 퍼런 배춧잎 3장을 규진에게 건넸다.'"됐지?"'"으흠. 두 장 더."'"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