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아, 일어나 봐. 지금 속 편하게 자구 있을 때가 아니라니까. 이건 사고라구! 것두 대형사고! 제발 정신 차리고 누가 있는지 보라니까!”'다급한 목소리가 유진의 단잠을 깨운다. 그녀는 어깨와 팔을 흔드는 손을 짜증스럽게 쳐냈다. 그러나 한선은 여느 날과 달리 더 이상 잠을 깨우면 재미없을 줄 알라는 경고를 무시한 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끄응’ 하며 괴로운 신음을 흘린 유진은 마지막 저항으로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귀찮게 굴면 한 번쯤 눈을 뜨고 상대를 해 줄 생각이었다. 그건 바로 한선의 말대로 뭔가 터져도 단단히 터진 거니까. 하지만 그래봤자 자신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리라. 한선이의 대형 사고는 항상 유진에게 웃음거리도 못 됐기 때문이다. '그렇건만 이쪽이 고개를 돌려버리자 친구는 샤프로 등짝과 예민한 옆구리까지 쿡쿡 찔러대기 시작했다. '에잇, 진짜 짜증이야! '유진은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 올리며 마른 입맛을 다셨다. 시원하게 얼음이 동동 뜬 콜라나 사이다 한 잔 마셨으면 소원이 없겠다. 어쨌든 일어나라고 해서 일어났지만 친구에 대한 원망이 쉽게 누그러지지 않았다. '못된 계집애. 암튼 도움이 안 돼요.'유진은 불만스럽게 투덜대며 친구를 노려보았다.'도시락을 챙겨 먹고 즐기는 단잠, 그것 때문에 학교에 지각도 않고 꼬박꼬박 나오는 것을 잘 아는 애가 꿈같은 오전 잠을 방해하다니. 밥을 먹고 두 시간은 내리 자야 그 날 하루가 순조롭다는 것을 잘 아는 친구가 잠을 깨웠다는 게 믿어지지 않았다. '유진은 시계에 눈을 주었다. 기가 막히게도 눈을 붙인 지 아직 10분도 지나지 않았다. '사납게 유진은 책상 위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어떤 사고가 터졌는지 모르지만 2교시에 말똥말똥 눈을 뜨고 싶지는 않다고. 2교시라니! 최근 2년간, 공휴일 빼고 이 시간에 깨어있었던 적이 없었다. 선생님들마저 포기 했던 학생이 바로 최유진, 자신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