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대나무 숲에서 시작된 청아한 향이 대청마루에 옹기종기 모여 목소리 높이는 아이들 사이를 지나 온 방안에 넓게 퍼졌다. 그 향기를 맡은 것일까. 촘촘하게 땋아 내린 댕기머리를 하고서 경상 앞에 앉아 서책을 보며 아이들의 글소리를 듣고 있던 앞의 여인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는 대나무 숲이 보이는 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대청 밖 앞뜰에 심은 세죽(細竹)이 고즈넉해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과 대나무에서 뻗어 나온 청아한 향을 느끼며 여인은 곱게 미소지었다.'“스승님. 다 읽었는데요?”'앞에 앉아 열심히 한자를 읽던 아이는 자신들이 맡은 부분을 끝냈다고 이야기하며 밖을 향해 시선이 고정되어있던 다향의 의식을 환기시켰다. 그 목소리에는 더 이상 수업을 하기 싫다는 의도가 숨어있었다. 그렇게 이야기한 아이는 이제 자신들을 향해 따스한 눈빛을 전하는 다향을 향해 장난스럽게 웃음을 지었다. 그 의도를 파악한 다향 또한 장난스러운 웃음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하니? 음. 이를 어쩐다? 아직 오늘 배울 분량은 한 소절이나 남은걸?”'장난스럽게 수업분량을 상기시키는 자신들의 스승을 향해 또랑또랑하게 앉아있던 나머지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스승의 반승낙을 알아차린 것이다.'“우, 스승님. 날씨가 너무 좋아요!”'“밖에 나가요!”'한 목소리로 목소리를 높이는 아이들을 향해 다향은 다시금 고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럼 오늘 분량은 다음 시간에 할까?”'“네!”'지금의 즐거움을 위해 다음 시간에 이어질 수업분량은 생각도 않고 왁자지껄 웃음을 터트리는 아이들을 보자 다향도 무척이나 즐거워졌다. 항상 이 시간은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지금은 다향이 가장 좋아하는 봄, 거기서도 봄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날씨가 아닌가. 다향도 더 이상 창을 통해 이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