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해!”'집에 들어가자마자, 현의의 우렁찬 목소리가 수호를 맞이했다. 멍하니 현의를 쳐다보자, 청소기를 돌리고 있던 현의가 다시 한 번 말했다. '“빨래하라고!”'“갑자기 웬…… 빨래?”'“오랫동안 빨래 안 했다고. 그러니까 빨래해, 빨래!”'웃음이 나왔다. '오늘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회복해서 저렇게 기운차게 소리칠 수 있는 건지. 현의라는 여자는 점점 더 수호에게 커다란 의미가 되었다. '“이상하게 웃지 말고, 빨래나 하시지.”'“이상하다니. 세상에서 가장 매력적인 미소를 짓는 남자에게 그 무슨 망발이십니까?”'“매력은 얼어 죽을.”'현의가 투덜댔다. '“빨래할 거, 목욕탕에 넣어 뒀으니까 깨끗이 해 놔.”'“예예. 옷 갈아입고 하죠.”'옷을 갈아입고 목욕탕으로 들어간 수호는, 목욕탕 안에 펼쳐진 끔찍한 참상을 보고 입을 쩍 벌렸다. 욕조 한 가득, 힘을 잃고 늘어진 저것. 저것은……. '“선배! 이불 빨래라는 말 없었잖아요!”'수호가 버럭 외치자, 현의가 목욕탕으로 얼굴을 불쑥 내밀고 말했다. '“이불 빨래야. 이불 빨래해. 됐지?”'“저걸 어떻게 해요?”'“전부 네 방에 있던 거거든? 투덜대지 말고 하시지?”'“이런 거 해 본 적 없다고요.”'“그러니까 이번에 한 번 해 보라고. 사회생활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도대체 이불 빨래와 사회생활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군요.”'“적어도 너랑 내 관계보다는 깊어.”'현의가 딱 잘라 말했다. '수호가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는 걸 보니 재미있었다. 조금 골려 줄 생각이었지만, 저렇게까지 당황한다면 이쪽에선 더 놀려 주고 싶은 법. '욕실 구석에 있는 세제를 가리켰다. '“자, 자. 후딱 바지 걷고, 물 받아. 반쯤 받은 다음에 안에 들어가서 발로 꾹꾹 밟다가 세제 한 스푼 넣고 또 밟아. 그리고 비눗물 안 나올 때까지 헹궈.”'“아, 선배. 제발.”'살면서 이렇게까지 당황한 적이 있었던가? 아니, 없었다. '현의에게 매달리고 싶었지만, 현의는 이미 청소기를 돌리러 거실로 가 버린 후 수호는 눈앞에 닥친 암담한 현실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