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내가 지하철 타고 오자고 그랬잖아!”'택시요금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고, 더디게 움직이는 택시는 도무지 속도를 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기어가는 택시 안에서 희영은 투정을 부리며 말했다.'“네가 언제? 세 사람 택시비나 지하철비나 똑같다고 네가 타자고 했잖아.”'정곡을 찔러 말하는 지우를 보며 희영은 입술을 쭉 내밀며 말했다.'“추운데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기 귀찮아서 그랬지.”'“이제 거의 다 왔으니깐, 투정 좀 그만 부리시죠?”'앞좌석에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말하는 지우를 보며 희영은 더욱 입술을 내밀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충무로에 위치한 대한극장은 약수동 친구들과 자주 찾는 곳이었다. 집과 가까워서 평소 택시비도 얼마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택시비는 평소의 세배 이상을 달리고 있었다.'차창 밖으로는 충무로의 볼거리 중 하나인 애견 거리가 펼쳐 있었다. 잔뜩 입이 나와 있던 희영의 얼굴이 애견 거리를 서며 조금 밝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굴에 미소가 완전히 펴지기도 전에 희영의 얼굴이 다시 일그러졌다. 애견가게의 투명한 유리창 밖으로 손을 꽉 잡고 강아지를 구경하는 연인들 때문이었다. '“자기들 연인이라고 아주 광고를 하고 다니네! 추워죽겠는데, 손은 주머니에 넣어야지 왜 밖에 내놓고 다닌데?”'“그냥 부럽다고 하지 그래?”'“됐거든?”'어느새 극장 앞으로 도착한 택시에서 내린 희영은 온통 연인들 투성인 극장 앞에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 며칠만 있으면 29살인데, 이 언니가 남자도 아닌 너희들과 영화를 봐야겠어?”'“먼저 영화 보자고 조른 것이 누군데?”'하늘에서 내리는 하얀 함박눈이 그대로 유정의 머리 위에 쌓이기 시작했다. 희영은 유정의 머리에 쌓인 눈을 털어주고 눈을 흘기며 말했다.'“나다, 왜!”'“그러면서 무슨 불만이냐?”'“이 언니가 외로워서 그런다, 외로워서!”'“아직 영화 시간 조금 남았으니깐, 너희들은 커피나 좀 사고 있어라. 내가 예매해둔 표 찾아올게.”'“알았어. 우리는 커피 사고 있을게.”'예매해둔 표를 찾으러 가는 지우를 보며 희영은 유정과 함께 스타벅스 안으로 갔다. 안으로 가자 따뜻한 커피향이 코끝을 자극했다. '“나는 무조건 라떼다.”'“다이어트 한다며? 너 오리지널이랑 라떼랑 얼마나 칼로리 차이가 많이 나는 줄 알아?”'“기분이 쓴데, 입이라도 달아야 하지 않겠어?”'“하여튼 말은 잘하지.”'“이 언니가 못하는 게 뭐가 있냐. 어? 전화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