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message를 받다] '' ''' “헛, 헛, 헛, 헛.”' 오늘도 역시 무심결에 전화를 받아들은 지하의 귓가를 가득 메운 소리는 그 짧은 헛헛 이었다. 지하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젠장. 몸을 모로 세우며 귀를 막았다.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같은 번호였다. 실수라면 모를까 그 개처럼 헐떡거리는 헛헛 소리를 두 번 듣기는 싫었다. ' 지하는 옆의 버튼을 누른 뒤 반대편으로 돌아누워 다시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전화는 또 울렸다. 지하는 그래도 끈기 있게 다시 번호를 확인했다. 같은 번호였다. 지하는 다시 옆의 버튼을 누르다말고 휴대폰을 집어 던지며 일어나 앉았다. ' 잠이 이미 달아나버렸다. 원래도 깊이 잠들지 않는 지하는 특히 전화벨 소리에는 민감했다. 새벽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만큼 사람의 신경을 자극하는 게 또 있을까. 짜증이 있는 데로 받힌 지하는 애처럼 다리를 벌리고 앉아 머리를 벅벅 긁으며 헝클었다. 아. 변태새끼. 어디 아픈 데도 없나. 하루도 안 빠지고 누구 피를 말리려고. ' 그 후로 전화는 열통이나 더 걸려온 다음에야 끝이 났다. 즉 그녀는 그 끔찍한 번호를 보고 버튼을 누르는 일을 열 번이나 더했다. 그 일은 생각보다 굉장히 지치는 일이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섹시한 걸지도 모른다고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도 해보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빴다. 이럴 때는 남자친구 없는 게 서럽고 서럽다는 것을 100% 체감하게 된다. 지하도 아! 변태 전화다! 라고 기겁하며 달려갈 남자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 하고 있다. 생각만. ' 이미 잠은 다 잔 것 같고 해서 지하는 불을 켜며 일어섰다. 그리고는 곧바로 냉장고로 걸어가 우유를 꺼낸 뒤 입을 대고 꿀꺽 꿀꺽 소리를 내며 마셨다. 우유가 흘러들어가기 바쁘게 속이 시끄럽게 꿀꿀 거렸으나 일단 참고 넘겼다. 그녀는 우유가 만병통치약이라는 근거 없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 대리점에 알아보니 공중전화에서 하는 거라고 했다. 그것도 한 곳에서만 하는 것도 아니고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하는 모양인지 걸려올 때마다 번호가 달랐다. 즉 발신자표시도 무용지물이라는 얘기지. 변태도 지능적인 변태에 걸린 모양이었다. 그 변태는 그녀의 여보세요, 라는 단 한 마디의 음향서비스를 받고 싶어 새벽만 되면 공중전화 찾기 어드벤처에 뛰어 들고 있었다. '''''1 - [message를 받다]'2 - [message를 이용하다]'3 - [또, message를 이용하다]'4 - [오렌지 같은 여자]'5 - [굴 맛 나는 키스]'6 - [도둑맞은 키스] '7 - [고백]'8 - [Dejavu]'9 - [어긋나다]'10 - [또 하나의 사랑]'11 - [두 번은 헤어지지 않는다]'12 - [놓아주다]'13 - [질투]'14 - [다시 고백]'[에필로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