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도로 위를 스치는 한 대의 RV차량. 민상은 차 안을 뒤흔드는 리듬에 맞춰 기다란 손가락으로 핸들을 탁탁 두들겼다. 브리지를 살짝 넣어 적당히 세련된 머리와 시원시원하게 생긴 뚜렷한 이목구비. 깔끔한 화이트 톤의 셔츠는 그의 깨끗한 피부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었다. 그가 한번씩 핸들을 꺾을 때마다 여러 개 풀어놓은 셔츠의 틈 사이로 잘 다듬어진 그의 가슴근육이 언뜻언뜻 보였다. '“퇴근 시간이라 그런가. 차 막히네.” '퇴근길의 도로는 늘어선 차들로 인해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길게 늘어선 차량들이 눈앞을 밝히는 불빛의 모양새는 이제 막 허물을 벗으려는 비단뱀의 화려한 자태와 닮아있다. 탈피를 대기 중인 비단뱀의 허리자락쯤에서 정지신호에 대기 중이던 그의 차 안에서는 여전히 찢어질 듯한 기타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소리 좀 줄여라. 시끄러워 죽겠네.”'뒷좌석에서 허리를 내밀며 운전석까지 몸을 당긴 현석은 차 안을 요란하게 뒤흔드는 기타소리가 반갑지가 않다는 듯 인상을 한껏 구겨대며 볼륨을 줄여나갔다. '“야, 야. 네가 아직 음악을 모르는구나. 이 자식! 촌스럽기는.”'조수석에 앉아 음악에 맞춰 얼굴을 깐죽거리던 문경이 다시 볼륨에 손을 가져다 댔다. 볼륨을 두고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민상이 재미있다는 듯 쿡쿡거렸다. 순간 백미러에 비치는 바이크 한 대.'“이야. 조오캣다. 시원시원하게 달리는구나!”'볼륨을 높이려다 말고 시선을 돌리며 감탄하는 문경의 말에, 뒷좌석에 앉아있던 현석과 운전석을 지키던 민상이 그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들이 주목한 시선의 끝에는 늘어선 비단뱀의 연결고리를 끊으며 시원스럽게 내달리는 빨간색 바이크가 교통 대란으로 지쳐버린 사람들의 동경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가려던 길을 머뭇거리는 것인지, 아니면 길을 잘못 들어선 것인지, 바이크는 RV차량을 앞질러 가려다 말고 그들의 차량으로 접근해왔다. 문경이 앉은 조수석 옆으로 바짝 다가선 라이더는 쓰고 있던 헬멧 바이저를 치켜 올리며 반가운 눈빛을 찡긋거렸다. 라이더의 돌발적인 윙크에 적잖이 당황해 하던 문경은 차안에 앉아있던 두 친구를 번갈아 가며 살폈다. 라이더와 반가움의 눈인사를 하는 사람은 운전석에 앉아있던 민상이었다.'“누나, 어디 가?”'“선보러!”'‘누나‘ 라는 존칭을 쓰는 걸로 보아 바이크 라이더는 여자임이 분명했다. '군데군데 물이 빠진 찢어진 청바지. 캐주얼정장 스타일의 가죽재킷을 입고 크로스 백을 어깨에 둘러맨 바이크 라이더의 모습은 현석과 문경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선? 맞선을 보러 간단 말이야?”'“가기 싫은데, 노인네들 압박이 심하잖아. 가서 보기 좋게 차여서 오려고!”'“하하… 역시 누나다워. 필승해. 파이팅!”'“흐흐, 파이팅!”''''1. 선본 남자'''2. 숨 가쁜 여자''3. 그 녀석''4. 쉬운 여자''5. 엇갈림...''6. 엇갈림... 후애(後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