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미치겠네!”'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진 공혜를 찾는 마루의 걸음이 분주했다. 달아나듯 식당을 빠져나간 그녀를 곧바로 쫓아 나왔어야 했다. 전화 통화를 하며 카드 결제를 하는 식당 주인의 손은 왜 그리 굼뜨고 느리기만 하던지.'그렇게 가 버린 공혜가 전화를 받을 리 만무했다. '“우산도 안 쓰고 어딜 간 거야!”'그만그만한 우산을 쓴 사람들이 일렬로 줄을 서 있는 택시 정류장에도, 사흘 내리 내리고 있는 비에 흠뻑 젖은 지하도 입구에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하필 거기서 우동 면발을 눈두덩에 얹은 여자를 만나다니, 뒤로 넘어져 코가 깨진 꼴이었다.'전화를 받지 않는다거나 훌쩍 자리를 떠나버리는 일은 결코 맹공혜 다운 일이 아니었다. 걸음을 멈춘 그는 혹시나 마음에 공혜의 휴대폰 번호를 눌렀다. 기다렸다는 듯 전원이 꺼져있다는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비에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기며 그는 혼잣말을 웅얼거렸다.'“진짜 여러 가지 한다.”''명확했어야 했다. 분명하게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 사흘이 지나는 동안 마루에게선 열 통 통 남짓한 전화가 걸려왔다. 물론 전화를 받지는 않았다. 다만 인색할 정도로 하루에 한두 통씩 전화를 걸어오는 그에게 서운한 마음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외근을 나갔다가도,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뒤에도, 그로부터 몇 통의 전화가 걸려왔는지 확인하는 자신이 공혜는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차라리 세찬 비가 내리던 그 날, 마루에게 당분간 시간을 달라는 명확한 이야기를 했더라면, 괜한 기다림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 같은 건 안 해도 됐을 것이었다.'어려서부터 똑똑하다는 소리를 곧잘 듣던 자신은 늘 이런 식이다. 조마루라는 남자에 대해서만큼은 한없이 어리석고 허술하기만 하다.'이월의 첫 주말…….'주말과 설 연휴 사이에 낀 이틀을 포함해, 근 일주일간의 긴 휴가에 들어가는 마음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설 연휴 때 짧은 여행이라도 다녀오자던 그의 목소리가 귓전에 들리는 것만 같다. '체념하는 마음으로 마루에게 전화를 걸면 그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태연하게 물어올 게 분명했다.'‘다 삐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