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악몽이었다. '악몽이라도 이건 정말이지 하늘이 열두 번 뒤집어지고 땅이 열세 번쯤 솟구치는 대단한 악몽이었다. 등 뒤에서 시뻘건 아가리를 벌리고 자신을 집어 삼키려고 쏜살같이 달려오는 괴물을 피해서 아무리 달아나려고 애를 써도, 당최 옴짝달싹 할 수 없는 덫에 걸린 것처럼 지금 성훈의 앞에 가로놓인 이 상황은 빼도 박도 못한다는 바로 그것이었다.'“지금 회사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네.”'“죄송합니다.”'“열심히 하려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을 나무라 무엇 하겠나? 어차피 우리네야 제보 하나에 목숨 걸고 특종 하나에 목매고 살아가는 사람들 아니겠나? 아무도 자네를 두고 뭐라 하는 사람 없으니 그 건에 대해서는 마음 놓도록 하게.”'“고맙습니다.”'“다만, 이번 일로 인해 회사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야. 어차피 그 작자 일이야 알게 모르게 퍼져 있었고, 누군가가 터트리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이렇게 될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걸세. 아마 한동안 이 일을 우려먹으며 비슷한 짓을 해나가겠지.”'“죄송합니다.”'“자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지. 요즘 꽤나 조용하다 생각했네. 이런 식으로 미끼를 던지고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으리라고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등으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이 마치 실뱀 한 마리가 등줄기를 타고 기어가는 듯 굼실거렸다. 한 시간 전에 보도국장의 호출을 받고 올라와 빈틈없는 자세로 앉아 있다 보니 성훈의 어깨와 등이 뻣뻣하게 쥐가 오르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안이 사안이다 보니 조금 불편하다고 해서 이리저리 몸을 흔들 처지가 못 됐다.'“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가르쳐 주십시오.”'“조금만 쉬게.”'“예?”'“어디 산 좋고 물 좋은 곳에 가서 얼마간 쉬면서 복잡한 머리도 식히고, 끓어오르는 가슴도 식히면서 천천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오라, 이 말일세.”'“국, 국장님…….”'“이런 일로 기자들을 자르면 누가 나서서 의욕적으로 취재를 하고 기사를 내보내겠나? 허위제보도 아니고 이건 의도적으로 누구 하나 목을 조르고 자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 자명한 일인데. 다만 심증뿐이지 물증이 없어 안타까운 것이지. 어쨌든 우리 입장은 명백한 사실 확인을 거쳐 방송에 내보내지 않은 잘못이 큰 것은 사실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