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창회 ''''''서준은 모든 것이 나른하고 재미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뭐가 그리 즐겁다고 희희낙락인 건지. 물론 이 자리에 서 있는 자신 역시 예외가 아니라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문득 담배 생각이 간절해졌다. 잠시 거리를 두고 주변을 서성거리던 그는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채 몇 걸음도 옮기지 않아 ‘서준아.’ 라고 친근하게 이름을 부르는 이들이 있었다. 고개를 돌려 돌아봤지만 학교 다닐 적에 그리 친한 적이 없던 얼굴들이다. 솔직히 저 얼굴들 언제 봤는지도 모르겠다. 저들처럼 가식적으로 웃어줘야 하나 그런 생각을 잠시 하던 그는 입술 근처의 안면 근육들을 풀었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지나쳐가려는데 팔을 잡아채는 이가 있었다. 자신을 아느냐고 묻고 싶었지만 제발 동창회에서만큼은 인색하게 굴지 말라는 유일한 친구의 조언이 생각나서 입을 다물었다.'“이서준. 여전히 냉정하긴. 학생회장이었던 네 녀석이 자리를 뜨면 어떻게 하자는 거냐? 안 그래도 혼자서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더니. 이야기나 해.”'“아아. 그래.”'“너 내 이름 기억하기나 하냐? 박석현이다. 3학년 5반 반장. 물론 잘 모르겠지?”'“미안.”'“하하. 이래야 너답지 하면서도 좀 섭섭하네. 너 그렇다면 선우겸 알지? 그리고 강희승도 말야.”'오랜만에 들어보는 두 이름에 그는 그제야 혼잣말로 ‘아아. 그래.’라고 했다. 그리고 문득 꽤 친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의 유일한 친구보다도 더 각별했던 사이였다고 겨우 생각해내던 그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때는 각별한 사이였었다. 허나 지금은 연락 한번 없이 살아가고 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하고 생각하던 그는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저기 오네. 선우겸. 너한텐 선우겸 얼굴 보는 것도 오랜만이지?”'“매번 참석했었나?”'“뭐, 저 녀석도 워낙 바쁜 인물이다 보니 매번은 아니었어. 하지만 너보다는 나아. 네 녀석은 오늘이 처음이잖냐.”'겸은 잘 생겼고 다정다감할 것 같은 생김새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애인인 듯한 여자도 그의 옆자릴 차지하고 있었다. 원래부터가 인기가 많았던 녀석이었음을 잠시 떠올리던 그는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멀지 않은 거리여서인지 그 웃음소리에 고개를 잠시 돌리는 듯한 겸이 보였다. 그러나 미처 서준을 알아보지 못해서인지 다시 원래 자리로 고개를 돌리던 겸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인지 다시 고개를 돌리던 겸은 어느덧 서준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오기 시작했다.'''''''''''2. 하루 일과''3. 도둑을 맞다''4. 새 집을 구하다''5. 그의 배신''6. 알 수 없는 진실''7. 낡은 아킬레스건''8. 몸살''9. 귀국''10. 겁쟁이 대 거짓말쟁이''11. 사표''12. 재수 옴 붙은 날''13. 미묘한 갈등''14. 입원''15. 병문안''16. 좋은 사람''17. 미궁''18. 12월 31일 ''19. 그의 거짓말''20. 끝나지 않은 가면놀이''21. 옛날이야기''22. 꼬리가 밟히다''23. 그의 진실''24. 그의 이야기''25. 청혼''26. 결혼''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