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응급실 안, 그 속에서도 너무나 긴박해 보이는 곳의 중심에는 하얀 가운을 입은 어린 여자가 있었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있는 피범벅이 된 남자를 살리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었다. 이마에서 송골송골 솟아난 땀방울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녀의 신경은 온통 피가 계속 흘러나오는 남자에게만 향했다.'“이 선생! 틀렸어. 피를 너무 많이 흘렸…….”'“아니에요. 우리 민이 이렇게 약한 아이 아니에요. 수혈 준비나 해주세요! 분명 수혈하면 살 거예요.”'여자는 냉정한 남자의 말을 한칼에 자르며 소리쳤다. 하지만 아무도, 주변에 있는 그 누구도 수혈을 준비하려 움직이지 않았다. 남자의 말대로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린 상황이기에 수혈을 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은 여자뿐이었다. 약하게나마 그려지던 심장박동기의 지그재그한 선이 일직선으로 변하며 삐이-소리가 응급실 안을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