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르게 덮쳐온 그의 입술 아래 그녀의 입술이 있었다. '“열어 줘. 제발.”'진한 알코올 냄새가 맡아졌다. '“부탁이야.”'뜨겁게 젖은 혀가 그녀 입술을 열기 위해 집요하게 핥아댔다. 시아는 멍하니 서 있었다. 심장은 남자의 유혹에 요동쳤다. 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머리와 달리 몸은 그를 위해 빠르게 데워지고 있었다. 욕망어린 남자의 숨결에 그녀의 호흡도 가빠졌다. 강한 힘에 눌리는 뺨의 감촉도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으윽!”'시아의 손가락 사이에서 꺼져가던 담배가 그의 손등 위를 지글지글 태웠다. 개털을 태울 때 나는 노린내가 난다. 살이 타면서 내는 냄새 때문에 속이 역하게 뒤틀렸다. 그럼에도 시아는 그의 손등에서 담배 불씨를 거둬들이지 않았다. 그 또한 놀랐지만 자신의 손등을 지지고 있는 담배를 빤히 쳐다볼 뿐 손을 빼지 않았다.'“왜지?”'담담하지만 서늘함이 묻어났다.'“이래야만 하는 이유가 뭐지?”'“상처가 많으면 싸우기보다 방패로 먼저 내 자신을 보호하죠.”'“무슨 상처가 그리 많아서?”'시아의 야속하다는 눈길이 착잡하게 구겨졌다.'“코너로 몰린 쥐는 고양이 목을 물어뜯기만을 소원해요.”'“고양이? 그럼 내가 그 고양이였나 보군.”'“하지만 쥐도 한가지쯤은 고양이를 상처 주는 법을 알고 있어요.”'시아는 젖어드는 음성으로 무감각하게 말했다.'“해 봐. 상처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침대 데워 줄 여자라도, 준비할 시간쯤은 주셨어야죠.”'“그런 게 필요한 거야?”'그가 갑자기 재미있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그랬다면, 내 침대를 데워 줄 생각은 있었어?”'진지한 그의 표정을 보며 시아는 그의 손등에서 담배를 거둬 자신의 입술로 가져갔다.'“그랬을지도…….”'훅. 백현의 얼굴이 연기에 뒤덮였다. 그 잠시의 틈에 룸 문이 열리고 시아가 감쪽같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