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지 않는 햇살이 좋은 크리스마스 날, 방문이 벌컥 열리며 중년 여성의 찢어지는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어머나!”' 침대에 누워 잠을 자던 허우대 좋은 남자는 고함소리에 섬세하고 예쁘장한 손으로 이마와 눈두덩을 가리며 오만가지 인상을 구겼다. 일어나지 않고, 낯선 비명소리가 뭔가 생각하고 있을 무렵, 후다닥 소리와 함께 무언가 침대를 향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얼굴에서 손을 내리고, 소리 나는 쪽으로 슬그머니 고개가 돌려지는 순간 멍해지고 말았다. '‘헉.’' 옆에는 이불이 들린 사이로 살며시 어깨살을 드러낸 여자인 듯한 짧은 머리의 사람이 등을 돌리고 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분명 자신과 함께하기로 했던 긴 생머리의 채림은 아니었다. 순간 이 무슨 일인가 싶어 급하게 상체를 들어 올리고 충격으로 흥분된 중년여성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 때, 중년여성의 목소리는 가차 없이 다시금 벼락같이 질러졌다.'“야! 양수길! 헉, 헉.”'‘뭐? 양수길? 수탉? 설마!’' 류한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눈앞에 펼쳐진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상황이 믿기지 않았고 사실 믿기도 힘들 뿐 아니라 절대 믿고 싶지 않았다. 수길의 엄마로 보이는 여성은 딸의 이름을 악이 받치라 부른 뒤, 정체 모를 젊은 놈의 얼굴을 도끼 어린 눈으로 쏘아보며 물었다.'“너 누구야? 누군데, 그 모양으로 떡하니 우리 딸 침대에 누워 있어?”' 류한은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우선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이 무슨 괴기한 일이란 말인가, 옆에 수탉이 누워 있다면 꼭 있어야 할 자신의 웃옷이 없었다. 순간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서늘함이 다녀갔고, 설마 바지는 입었겠지 란 생각을 하며 이불을 급하게 젖혀 보았다. 하얗고 섬세한 남자의 손에 들려져 있던 이불은 툭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짧은 순간 간절히 원하던 바지는 없고 깨알만한 땡땡이 무늬의 사각팬티만이 입혀져 있었다.'‘아뿔싸! 이게 뭔 일인 거냐?’' 그의 심장은 어이없는 상황에 기절이라도 한 듯 고요해져 버렸고 자신을 잡아먹을 듯 날을 세운 중년여성에게 오히려 자신이 묻고 싶었다. 이게 무슨 일인건지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눈을 감고 미세하게 고개를 흔드는 동안 자신을 째려보던 중년여성은 방문을 향해 더 높은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여보? 여보! 여보, 빨리 좀 와 봐요.”'‘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