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말라가는 가지가 위태롭게 흔들거리며 교환 실 창문을 가리고 있다. 공단의 회색공기만큼이나 익숙해지기 쉬운 2층 건물 창의 창살이었다. 누가 건물 창문들을 전부 창살 같은 감옥으로 만들어 버렸는지 창문을 열고 신선한 -도대체 어디서 날아오는 것이 신선한 바람일까- 공기 한번 제대로 쉴 수가 없다.''눈이 퉁퉁 부어 있던 진영은 잠긴 목소리로 전화 연결하는 일에 열중을 했다. 버튼을 눌러 연결해주는 머릿속에 생각이라는 녀석을 넣지 않아도 되는 단순한 업무라는 것에 감사를 하며 묵묵히 1분 간격으로 울리는 교환기기만 바라보며 초점을 잃어 가는 눈동자를 겨우 부여잡고 있었다.'“영아야. 나 비서실에 좀 다녀올게.”'“그래요. 언니. 그냥 점심시간 전까지만 와요. 시간도 얼마 안 남았네.”'“그래. 고마워.”'진영은 교환실 업무의 특성상 30분씩 교대로 하는 자신의 시간이 끝나자 교대하는 영아에게 양해를 구하고 잠시 자리를 벗었다. 나오려는 울음을 애써 참으며 이를 앙다물며 시간을 버텼다. 다행인지 오늘따라 진영의 time 동안은 전화벨이 많이 울리지 않았다. 바로 옆 사무실인 비서실에 들어간 진영은 소연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탕비실로 들어갔다. 원두커피향이 코끝에 스치며 애써 참고 있던 진영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적당히 해. 그렇게 종일 울다가 진 다 빠져서 어쩌려고 그래”'“모르겠어. ……그냥 눈물이 흘러. 안 그러고 싶은데. 그냥 눈물이 흘러.”'진영은 계속 흘러내리는 눈물을 어찌할 바를 몰라 닦지도 못하고 가만히 훌쩍거리고만 있었다.'“네 맘이 그렇게 힘들다면 잡지 그랬니?”'“어떻게. 어떻게 잡니? 내가 무슨 자격으로…….”'“사랑한다면서. 그럼 이유는 되는 거잖아. 왜 그렇게 복잡해?'“그러게 왜 이렇게 복잡하지?”'“잡지 못할 거 같으면 그만 잊어버려.”'진영은 점심시간 전까지 남아 있는 1시간을 그렇게 계속 울기만 했다. 공장장님이 나오실까 조마조마하면서 탕비실 구석 냉장고 앞에 웅크리고 앉아서 계속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