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끝과 시작 ''''''그 여자 아이는 바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지헌이 있는 곳에선 너무 멀어 흰 얼굴에 검은 눈만 보였다. 표정이라곤 보이지 않는데도 양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붉은 입술을 깨물고 있을 것 같았다. 그 애가 곤란 할 때면 짓는 표정. 그 정도가 감정 표현의 전부였다. 그리고는 포기하듯 한숨을 쉬면 그만이다. '여자 아이는 다른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지도, 관심을 끌려 하지도 않았다. 어느 곳에 있든 조용히 묵묵하게 자기의 할 일만 했다. 하지만 그러기엔 너무 눈에 띄었다. 그래서 지헌은 그 애에게서 줄곧 눈을 떼지 못했다. 북극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두 눈은 항상 그 애라는 북극을 쫓았다. '바다는 자꾸 자꾸 불어나서 여자 아이가 딛고 선 바위를 삼킨 후, 발목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하늘은 먹구름이 밀려와 불길할 정도로 어두워졌다. 그런데 그 애는 꼼작도 안 하고 서 있다. 그대로 빠져죽을 생각인 것처럼 초연하기까지 했다. 지헌은 입고 있던 옷을 벗었다. 3월인데도 바닷바람은 살을 에일 듯 시리다. 발목을 적시는 바닷물이 얼음처럼 차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런 것 따위…!'“미쳤어! 죽으려고!”'반 아이들이 그를 잡아당기며 말렸다. 수영도 할 줄 모르면서 너무 무모한 짓이다. 하지만 이대로 발만 구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든 내가… 내가…. 지헌은 아이들에게서 놓여나려 몸부림쳤다.'그때였다. 바위 위에 서있던 여자 아이가 바다로 걸어 들어갔다. 찰박… 찰박… 고요한 움직임. 인어가 되어 그대로 바다 속으로 들어가 영영 나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모두들 숨을 죽였다. '다행히 바다는 여자 아이의 가슴 깊이었다. 물을 뚝뚝 흘리며 뭍으로 걸어 나온 여자 아이는 주위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었다. 입고 있던 더플코트를 벗어 새빨갛게 언 손으로 물을 짜냈다. 파란 입술을 덜덜 떨면서도 묵묵히 혼자했다. 혼자서 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 도움따윈 청하지 않았다. 조금만 눈을 들면 도와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는데….''“미련한 바보….” '잠에서 덜 깬 채로 일어나 앉은 지헌은 중얼거렸다. 벌써 10년도 더 지난 일인데 지금 일어난 일처럼 가슴이 아프고 속이 상했다. 별일이다. 그 오래전 일이 꿈에 나오다니.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해지는 첫사랑이…. '''''2. 그녀의 문제''3. 아는 남자''4. 각자의 오해''5. 한 가지를 주어야 한 가지를 얻는다.''6. 라일락향 가득히''7. 두 얼굴의 그 남자''8. 균열''9. 먼 곳의 그녀''10. 거인의 정원에 뛰어든 늑대''11. 유혹의 선''12. 널 그렇게 예뻐 보이게 만드는 사람''13. 넘쳐흐르는 감정''14. 흰 토끼의 함정''15. 찢겨지기 쉬운 나비. ''16. 허니에게''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