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둠이 대지를 잠재우고 있는 이른 새벽.'한 소녀가 제 발에서 신이 벗겨지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어느덧 소녀의 눈에 썰렁하기까지 한 텅 비어 버린 부둣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소녀는 서둘러 부둣가로 달려가 이미 까마득하게 보이는 배의 뒤꽁무니를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이내 소녀는 닭똥 같은 서러운 눈물을 흘리며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꺼이꺼이 울어 재끼는 소녀의 모습에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린 소녀의 서러운 울음은 금세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런 소녀 곁으로 누군가 다가오더니 긴 그림자를 드리우며 서 있었다. '한참을 흐느끼던 소녀는 문득 낯선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올렸다.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소녀가 일찍이 본 바가 없는 키가 장대하고 체격이 다부져 보이는 커다란 사내였다. 소녀가 왕방울만 해진 눈으로 빤히 쳐다보자, 사내는 어색한지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어째 이렇게 울고 있누?”'소녀는 조막만 한 손을 들어 붉어진 눈가를 훔친 후, 잔뜩 성이 난 목소리로 암팡지게 쏘아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