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철커덩.’ '현주는 대문이 열리자 앞으로 가지런히 놓여진 돌계단을 빠르지 않게 올랐다. 그러다 현관이 보이는 잔디 위에서 문득 뭔가를 떠올린 현주는 사철나무들이 빼곡한 정원수들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희망수.’'키 큰 나무들 틈 안쪽으로 보인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앞에 표지판을 놓고 서 있다. 아직은 다른 나무들에 비해 작고 귀여운 모습이었지만 사철나무 특유의 싱그러움과 풋풋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현주는 그 모습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러자 뿌듯해진 마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고마워. 앞으로도 영원한 희망수로 잘 자라줘야 해.’'쪼그리고 앉아 있던 현주는 일어섰다. 그리고 현관문을 향해 걷다가 잠시 뒤돌아서 미소 띤 얼굴로 나무를 다시 한 번 힐긋 바라보았다. '“너, 들어오는 거 봤는데 왜 이제 와?”'입고 있던 셔츠를 목으로 빼던 채현이 방으로 들어오는 현주를 보며 물었다.'“으응. 우리들의 희망수가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해서 보느라고.”'“김현주. 뭐, 빌고 싶은 다른 소원이 생긴 건 아니구?”'채현이 장난스런 눈빛으로 현주를 힐끗 한번 보다가 다시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소원은 무슨. 희망수 다른 나무들하고는 다르잖어. 대학합격 소원하면서 심었던 거라 그런지 왠지 그냥 맘이 가고 그래.”'“치. 유별나, 암튼.”'채현이 현주의 소녀 같은 표정과 말에 돌아다보며 가볍게 눈을 흘겼다. '“잠깐. 그런데 너 어디 나가?”'“응.”'“응? 나가, 정말?”'당연히 나가지라는 채현의 대답에 현주는 무심히 보던 잡지책을 덮으며 거울 앞에서 마무리 단장을 하는 채현에게 다시 물었다. '“어딜? 전화할 때 그런 말 없었잖어, 너.”'“사실 나갈 계획은 너랑 전화하기 전부터 있었어. 오빠랑 가기로 했거든. 같이 가자, 응?”'채현은 현주에게로 돌아섰다. '“너하고 같이 가고 싶은데 전화로 얘기했으면 분명히 너, 갔다가 와서 다시 전화하라고 했을 거잖아. 맞지? 그래서 말 안했어. 같이 가는 거다 알았지?”'“뭐야?”'어느새 다가와 팔짱끼며 애교부리는 채현에게 현주는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 어차피 채현의 고집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현주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채현이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으며 나가자, 현주도 조용히 따라 나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