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7권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7권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7
십사센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7권
차례
제31장.
제32장.
제33장.
제34장.
제35장.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7권
제31장.
단야가 흑천참월대를 부른 이유는 하나였다.
“집 좀 봐.”
“예?”
“여기 좀 지키라고.”
“아, 예!”
그제야 말을 이해한 백정이 힘차게 답하고.
단야는 주의 사항을 덧붙였다.
“우리 사람들 빼고는 다 경계해야 해. 당가나 정무맹이 함께 치안을 유지하겠지만 그쪽도 지금 정신이 별로 없거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래. 내가 우리 백 대주님 믿는 거 알지? 가서 이걸로 부대원들이랑 맛있는 거 사 먹어.”
“감사합니다!”
공손히 두 손으로 단야의 전낭을 받아든다.
손에서 느껴지는 묵직함.
과연 흑천교 부교주의 전낭답게 꽤 많은 액수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이제 두 개는 해결이 된 건가?”
무영이 나타났고 천무대전의 경계는 흑천참월대에 맡겼다.
남은 것은 멸절마도를 처리하는 일.
단야가 무영에게 묻는다.
“어디야?”
두서가 없었으나 당연히 알아들으리란 태도.
역시나 무영은 기대에 부응하였다.
“마지막으로 파악했을 때가 성도 외곽의 낡은 장원이었습니다.”
“왕운에게 알려주고 와. 멸절마도는 그에게 맡길 생각이니.”
“지금 말입니까?”
“응.”
“알겠습니다.”
이윽고 소리 없이 사라진다.
무영이 떠나자 단야는 본격적으로 캐묻기 시작했다.
“이름이 주홍련이라고 했던가?”
“그렇습니다, 부교주님.”
“무영과는 안 지 오래됐어?”
“예.”
구체적인 기간을 말하진 않았으나 매우 오래된 사이라는 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무심한 듯 안에 담긴 따스함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염라국이 그래도 냉혹하기만 한 곳은 아니었구나.’
전해 들은 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다던데.
그 안에서도 서로에 대한 끈끈한 우애가 자랐던 모양이다.
염라국을 나온 이후에도 이리 우정을 유지하고 있는 걸 보면.
“그때의 무영은 어땠지?”
“대장님의 과거가 궁금하신 겁니까?”
“그래.”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규정인가?”
“그렇기도 합니다만, 본인이 없는 곳에서 얘기하는 걸 선호하지 않습니다.”
올곧다.
자신을 마주함에도 전혀 흔들림 없는 눈동자.
염라국 사람들은 다들 이러한가?
크게 관심 갖지 않았던 살황의 존재가 궁금해진다.
그는 무영이나 주홍련 같은 사람들을 어떻게 키워낸 걸까?
“알겠다.”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홍련은 그녀 나름대로 내심 놀라는 중이었다.
‘소문처럼 차갑고 거칠지는 않네.’
무성음귀 단야.
최근 십 년 이내 가장 빠르게 명성을 쌓아 올린 신진 고수다.
나이도 자신보다 어리면서 벌써 십무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무위를 지녔다.
그간 보인 행보는 여러 소문을 발생시켰는데.
그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최근 삼황 중 한 명인 뇌신 초세광과의 다툼이다.
‘초세광은 과거 제자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부교주를 찾았을 테고,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알려지지 않아 알 수가 없다.
단지 두 사람이 사라지고 오래 지나지 않아 멀쩡한 모습으로 단야가 나타났다는 것밖에는.
그것만으로도 성도에는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었다.
‘정말 소문대로 그가 뇌신을 꺾었을까?’
그렇다면 현재 무성음귀의 무위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랐는가.
당대에 가장 강한 이들이 삼황이다.
염라국의 전설인 살황이 그중 일좌를 차지하였다는 것만으로 그 명성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체감했다.
한데 벌써 그런 존재와 손을 섞을 수 있다고?
안 믿기는데.
담담함 속에 감춰진 의구심.
그게 겉으로 드러나기까진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한데 부교주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궁금한 것?”
“네.”
단야가 물어보라는 듯 턱짓을 하자 냉큼 질문을 던지는 그녀.
“얼마 전 뇌신 초세광과의 마찰이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입니까?”
“사실이지.”
“하면 결과에 대한 것도?”
“어떻게 소문이 났는데?”
답하지 않고 역으로 질문을 던지는 단야의 태도에 주홍련은 호기심을 접었다.
‘알려줄 생각이 없구나.’
경우에 따라 다소 무례하게 느껴질 수 있는 질문이었기에 여기서 멈추기로 한다.
“그냥 과거 악연으로 두 분이 싸웠고…….”
“그리고?”
“상대적으로 나이나 경험이 적은 부교주님께서 불리하다고 했습니다.”
“그래? 하하하.”
가벼운 웃음으로 넘겨 버리는 단야.
그녀도 더는 캐묻지 않았다.
잠시 후 무영이 돌아오고.
둘 사이 흐르는 어색한 침묵을 의식한다.
“무슨 일 있었습니까?”
“기다리기 지루해서 옛날 무영이 어땠는지 물어보던 중이었어. 한데 많이 괴롭혔다더군.”
“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조금의 동요도 없다.
단야의 장난기를 알기 때문이다.
“그런 농담 마십시오. 홍련은 염라국 사람입니다.”
나름의 방식으로 주의도 준다.
이는 주홍련을 걱정해서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단야와 염라국이 척을 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단야는 무영의 대답에서 그러한 생각을 읽었고 존중했다.
“그러지. 왕운은?”
“바로 출발했습니다.”
“혼자서 간 거야?”
“그래도 된다기에 억지로 사람을 좀 붙였습니다. 제갈 군사가 차출했으니 어중이떠중이는 아닐 겁니다.”
확인까지는 못하고 왔다는 말.
그만큼 닥친 상황이 급하단 뜻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 우리 일을 하러 가야지?”
“이쪽입니다.”
주홍련이 앞장서고.
이내 세 사람은 당가를 벗어났다.
* * *
성도의 어느 장원.
“놈이 움직인다고?”
“그렇다.”
“드디어 신교의 복수를 할 수 있겠군!”
기뻐하는 이는 당가에서 그토록 찾아 헤맨 멸절마도였다.
흑점에 등장한 이후 줄곧 행방을 알 수 없던 그가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와 대화 중인데.
“훗. 가능하리라 생각하나?”
코웃음치며 멸절마도를 비웃는 누군가.
전신을 흑색으로 뒤덮은 사내였다.
얼굴마저 가려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