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6권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6권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6
십사센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6권
차례
제26장.
제27장.
제28장.
제29장.
제30장.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6권
제26장.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다.
‘할망구가 노망이 났나.’
북해의 찬바람에 입이 아닌 머리가 돌아간 게 아니라면 저런 말을 내뱉을 리가 없다.
객관적으로 봐도 북천궁주는 상당한 동안이었지만 그뿐.
빙공을 익혀 피부가 백옥처럼 하얗다 한들 젊음을 어찌 따라 잡으랴.
“지금 뭐라고 했어요?”
단야의 반문에 백호연이 웃으며 정정해준다.
“네 몸을 탐하는 게 아니다. 그저 너의 씨를 갖고자 하는 것이지.”
그게 그 말 아닌가?
뭐가 다른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북해의 여인과 합방하길 바란다.”
이미 거절했던 사항을 재요청하는 그녀.
단야는 이번에도 고갤 저었다.
“싫습니다.”
“왜지?”
“북해에서는 어떤지 몰라도 내가 속한 곳과 내 생각 역시 크게 다릅니다. 아무하고나 잠자리를 하고 아이를 갖진 않아요.”
“으하하하!”
호탕하게 웃는 그녀.
여인치고는 경박하다 하겠으나 이곳은 기본 인식부터가 다르다.
‘아무리 개방적인 북해라 해도 그렇지. 아이를 그리 쉽게 낳으려 하다니. 심지어 그녀는 나이도 훨씬 많았다.’
단호한 거절에도 백호연은 미소를 잃지 않는다.
“오해를 하고 있구나. 내가 직접 네 씨를 받는 게 아니다. 젊고 예쁜, 그리고 재능이 뛰어난 아이를 특별히 선별하여 씨를 받을 생각이다.”
듣던 중 다행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
젊든 늙었든 상대가 바라는 건 아이였으니까.
“거절합니다.”
“어째서? 보상이 필요한 것이냐? 그렇다면 원하는 걸 말해보아라. 내 북해에서 가질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내어줄 테니.”
당장 금은보화도 쌓아줄 기세였다.
대체 왜 저렇게 씨에 집착하는 거지?
“보상은 됐습니다. 정말 안 들어줄 생각이니까요. 이러려고 날 초대한 겁니까?”
“그렇지. 하니 넌 잔말 말고 씨를 뿌릴 준비나 하여라. 한 사람분으로는 부족할 테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
억지를 부리며 못 박는 백호연에 단야는 더 이상 대화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런 용건이었다면 이만 가보겠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콰칭!
그녀가 탁자를 내려치자 순식간에 얼음으로 분하고.
충격을 받아 바스러지는 파편들.
이어 북풍호정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은밀한 밤길에 이미 동행을 하고 있던 것이다.
“한 번 해보자는 겁니까?”
“힘의 우열을 가린 후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지.”
붙어보자는 말이다.
단야는 자신을 압박하는 기세에 음역으로 대항하며 답했다.
“자리를 옮기죠. 여긴 싸우기 불편하잖아요.”
“연무장으로 가지.”
주인답게 앞서 걸어가는 모습.
매우 당당한 행보였다.
자신의 언행에 한 점 부끄러움도 없는 듯, 그렇게 연무장으로 이동하는 그녀.
반면 북풍호정대의 감시를 받으며 뒤따르던 단야는 생각이 복잡했다.
‘가급적 부딪치지 말고 협상을 유도하라고 했었는데.’
이건 뭐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상대가 아주 막무가내였기 때문이다.
‘그래, 차라리 잘 됐다. 시원하게 한 판 싸우고 다시 얘기해보자.’
밀린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이미 소리로 그녀의 경지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이기에.
‘십무제에서도 상위에 오를 실력자다. 만만한 상대는 절대 아니야.’
지금도 그녀의 걸음걸음마다 한기가 풀풀 날린다.
기가 넘쳐 주변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작정하고 한기를 발하면 어떻게 될까?
최소 주변 일대는 얼음으로 뒤덮일 터였다.
‘어차피 다 얼음인가?’
마지막은 우스갯소리로 마무리하며 생각을 멈춘 단야.
연무장에 도착했다.
척.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하지. 북해에 네 씨를 넘겨라. 그럼 그 씨앗이 자라 북천궁을 떠받드는 기둥이 될 것이다.”
“그런 말에 누가 승낙을 합니까?”
“다들 그러했다. 제 안방에서야 훨훨 날더라도 이곳 북해에서만큼은 내 말을 거역하지 못하니까.”
궁주의 말이 곧 법.
지극히 편협한 방식이다.
단야는 북천궁이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백 공자도 그래서 떠났던 거군요.”
“그 아이 얘기는 왜 꺼내지? 설마 남색을 하느냐?”
“그쪽 머릿속에는 온통 그런 관계들뿐입니까? 다른 평범한 건 전혀 없어요?”
“이 척박한 대지에서 생식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너희는 비옥하고 배부른 대지에서 살아 모를 테지만 북해의 겨울은 몹시도 춥다. 여인들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더라면 아마 멸족하고도 남았겠지.”
지역 특성상 재물보다 무엇이 우선일지 알겠다.
사람이 곧 노동력이고 힘이니까.
‘그래도 그렇지.’
더 이상 말을 섞는 건 시간 낭비다.
전혀 다른 신념을 가진 그녀이기에 설득보다는 기를 꺾는 게 더 쉬우리라 생각하고 발을 든 단야.
그대로 땅을 내려찍는다.
‘선수필승.’
쿵!
파차차차창!
얼음 바닥을 깨고 튀어 오른 바위가 백호연을 엎치고.
평범한 이였다면 꼼짝없이 꿰뚫려 죽을 법한 공격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북천궁주.
이 땅의 주인이었다.
“하는 짓도 귀엽구나.”
오스스.
칭찬이었지만 칭찬으로 들리지 않는다.
“제발 소름 돋는 말 좀 하지 말아요.”
“네 반응이 재밌어서 그렇단다, 오호호호호!”
단야는 입을 닫고 음역을 넓혔다.
즈아아앙.
빠르게 주변을 장악하는 힘.
소리에도 색이 존재했다면 장관이 펼쳐졌으리라.
순백의 풍경이 순식간에 음역으로 바뀌었다.
“이게 소문의 음공인가?”
여전히 여유로운 백호연이다.
당장의 위기보단 호기심을 드러내는 모습.
심지어 능력을 경험해보기 위해 일부러 기까지 줄이는 기행을 펼치는데.
“오호라. 이런 식으로 상대를 제압하였구나.”
찰나에 기가 줄었다 늘어났고 그것만으로 백호연은 음역을 파악해냈다.
“대략 범위는 십 장 정도인가?”
정확하다.
현재 펼친 범위가 딱 그 정도였으니.
“하면 십 장을 전부 얼려주마.”
장난처럼 내뱉은 말.
그러나 그녀는 농담을 현실로 만들 능력이 있었다.
쿠우우― 콰지지직!
존재하는 모든 기가 그녀의 냉기에 반응한다.
아니, 정확히는 공명한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터였다.
본래 한 몸이었던 것처럼 서로를 끌어 당겨 하나가 되는데, 단야의 기가 거짓말처럼 밀려났다.
타타탓!
황급히 몸을 날려 얼음 공격을 회피한 단야가 그녀와의 거리를 가늠하고.
이내 손을 내려 울령을 뽑는다.
따라랑―.
맑게 퍼지는 방울 소리.
동시에 주변을 감싼 한기가 부서졌다.
우수수수.
바닥으로 떨어진 얼음 파편을 보고 백호연은 더욱 즐거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