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5권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5권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5
십사센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5권
차례
제21장.
제22장.
제23장.
제24장.
제25장.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5권
제21장.
그는 묘한 느낌을 주는 사내였다.
나이는 대공자보다 어리고 왕운과 비슷해 보이나 잔망스런 눈빛이 이상하리만큼 경계심을 불러일으킨다.
“하하, 이거 반갑습니다! 무림에 명성이 자자한 분들을 이리 만나다니! 저는 백현이라는 사람입니다.”
자신을 소개하며 중원식으로 포권을 취한다.
익숙한 듯 약간의 어색함이 묻어나는 모습.
그간 봐왔던 이들과 차이가 있다.
‘중원 사람이 아니다.’
경계심이 섞인 시선으로 백현을 보는 단야.
그걸 상대도 느꼈는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 너무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수상한 사람 아니에요?”
“다들 말은 그렇게 해요.”
“진짠데…….”
“그 말도.”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도 소속부터 밝혀야겠습니다. 저는 멀리 북해(北海)에서 왔습니다.”
북해라…… 그렇다면 소속은 하나였다.
그곳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북천마녀궁(北天魔女宮)에 의해 지배받고 있었으니까.
각 부족들이 모여 하나의 성을 이루고, 그 중심에는 북천마녀가 존재했다.
북해는 모계사회인 것이다.
‘사내가 없진 않으나 발언권이 크지 않다고 하던데.’
그래서 많이들 도망을 친다고.
간혹 북해에서 도망친 남자들을 잡으러 그녀들이 중원까지 모습을 드러낸다던가.
여러 이야기가 있었지만 백현도 그중 하나이리라 생각했다.
“저도 소문은 들어 봤어요. 북쪽 하늘을 지배하는 여인들에 대해.”
“아, 아시는구나! 그렇다면 얘기가 빠르겠군요. 맞습니다, 전 지금 강압을 피해 도망 중입니다. 으하하하!”
도망자란 신분을 밝히며 저리 웃을 일인가?
처음 보는 모습에 황당해하는 단야 일행.
그나마 며칠 함께 했던 금옥들은 덤덤해한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 듯했다. 그저 정략결혼이 싫어 도망을 친 거라더군.”
금옥의 설명이었다.
“정략결혼?”
“맞습니다. 세상에 여아로 태어나지 못했다 하여 종마(種馬) 취급이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이야기입니까?”
세상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감정을 호소하는 그.
하필 방향이 아현을 향해서다.
단야가 곧장 끼어들어 가리려는 순간.
어느새 밖으로 나온 심원교가 대신 나섰다.
스윽.
“그런 궁금하지 않은 개인 사정은 적당히 넘깁시다. 괜한 사람 붙들지 말고.”
“어라? 누구실까요, 이…… 왜소하신 분은?”
왜소하다.
과거의 심원교라면 참 어울리지 않는 표현이다.
하지만 수개월을 병자로 살았기에 근육이 빠지고 말라버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예전 몸을 회복하기야 하겠지만 당장은 어쩔 수 없다.
꿈틀.
“왜소하다라…… 태어나 처음 듣는 말이군.”
“그렇습니까? 주변 분들이 솔직하지 못하시군요. 아니면 꽤 오래 아프셔서 배려 차원에 차마 말하지 못했다던가.”
“백현이라고 했던가? 꽤나 말을 무례하게 하는군.”
“이런 실례했습니다. 저와 아현 소저 사이에 끼어드시니 욱하는 마음에 그만.”
“끼어들어?”
굳이 말을 하자면 맞다.
하지만.
“얼마나 봤기에 사이라는 표현을 쓸 수 있을 정도지?”
“본 기간이 중요하겠습니까? 사람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능글맞은 미소로 아현을 애틋하게 응시하는데.
심원교는 뭔가 배알이 꼴림을 느꼈다.
‘내가 왜 이러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저자의 행동이 몹시 거슬려!’
눈앞에서 아현에게 들이대기에 무작정 나서버렸다.
일행 중 몇 사람은 그를 의아한 눈빛으로 보고 있을 정도.
심원교의 얼굴이 점차 붉어진다.
“허, 험! 아무튼 그런 경솔한 언행은 자제하시오.”
“그리 말씀하시는 분은 아현 소저와 무슨 관계이신지 알 수 있을까요?”
물러서지 않고 역으로 묻는 백현.
상황이 점차 심원교를 구석으로 몰고 있었다.
그때 단야가 나선다.
“가족 같은 사이에요. 그러니 그만 무례하게 굴어요.”
“그러고 보니 조금 전 소개를 제대로 듣지 못하였군요. 금옥 다음으로 외모가 비상한 것이, 혹 단야 공자입니까?”
“내가 단야예요.”
“역시! 소문은 익히 들었습니다. 마교 본단에 쳐들어가 완전히 쓸어버리셨다고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단 공자! 하하하핫!”
대뜸 칭찬 공세를 보인다.
심원교를 대할 때와는 다른 태도였다.
이유는 곧 알 수 있었는데.
“아현 소저에게 듣기로 친동생이라고 하던데…… 남매가 어쩜 이리 매력적인지 모르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 북천궁에 초청하고 싶을 정도예요.”
“북해는 너무 멀어요. 춥고.”
“아, 추위를 잘 타시는 겁니까? 이해합니다. 솔직히 그곳은 너무 추우니까.”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고향을 까고.
이어 다시금 인사말을 건넨다.
이번엔 앞서와 달리 꽤나 격식을 차린 모습이었다.
“정식으로 다시 소개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백현. 북해의 대공자이자 궁주님의 ‘하나뿐인’ 아들입니다.”
하나임을 강조하는 말.
그러면서 눈은 아현을 쫓는다.
아무래도 그녀에게 단단히 꽂힌 모양이다.
“금옥.”
단야가 대뜸 금옥을 부른다.
“어, 왜?”
“이 사람 신분 확인해 봤어?”
면전에 대놓고 의심을 드러내는 단야다.
그러나 백현은 오히려 웃는 여유를 보였다.
“그래. 정말 북천궁의 대공자가 맞더라. 우리와 같은 세외 사람인 데다 신분이 신분인 만큼 적대할 이유가 없지.”
함께 어울린 이유를 설명해 준다.
말을 다 들은 단야는 그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금옥이 그렇게 판단했으면 괜찮겠지.”
절대적인 신뢰.
그에게 목숨도 맡길 수 있는 단야이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이는 금옥 역시도 같았고.
“일단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어색한 분위기를 무마하려 방자충이 말했다.
상황은 그렇게 종료되었다.
* * *
“북천마녀궁이라고?”
정현대사는 새로이 지객당주가 된 제자 태오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별안간 등장한 북해의 대공자 백현.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마음이 걸리는 것이다.
‘하필 지금 본사를 방문하다니.’
최근 겪은 일련의 사건들 때문일까.
의심부터 된다.
“허허, 아미타불! 정신 차려라 정현아!”
“스, 스승님!”
“잠시 헛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그는 지금 어디에 머물고 있느냐?”
“일행들 모두 지객당에서 맡았습니다. 차후 객들이 방문하더라도 부딪치지 않도록.”
“잘했다.”
제자를 치하한 장현대사는 긴 수염을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의심을 거두고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아야 하거늘 어찌 편협해지려 하는가.’
인간이기에.
그리고 잃은 것이 많기에 생기는 감정이었다.
억지로 이를 부정하는 것 또한 옳지 못하다 느낀 정현대사가, 이내 천천히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부디 이 어리석고 부족한 이에게 깨달음을 주시기를.
수십 년 불공을 드렸건만 평정심을 잃는 건 한순간이었다.
모든 비극이 그러하듯 갑작스레 찾아오기 때문이다.
스승에게서 불편한 기색을 읽은 태오가 조심스레 말을 꺼낸다.
“저어, 그럼 적당한 사유를 들어 하산토록 조치를 취할까요?”
“이미 흑천교 일행과 함께하고 있다 하지 않았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