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3권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3권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3
십사센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3권
차례
제11장.
제12장.
제13장.
제14장.
제15장.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3권
제11장.
흑천현신교와 마교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현장.
음존의 구천화음신공으로 만들어낸 소리가 일대를 초토화시킨다.
콰콰콰콰쾅!
“끄아아악!”
“피해라!”
“사, 살려줘―!”
“으어어!”
음역을 펼쳐 수십에 이르는 마인들을 제압한 그녀.
가공할 위력에 일부는 싸움도 멈춘 채 넋을 놓았다.
연가령 주변으로 십장이 온통 시신이 넘쳐났는데.
하나 같이 눈을 까뒤집고 죽었다.
표정만으로 어떠한 고통을 받았을지 상상되는 죽음이었다.
전투중 그 광경을 목도한 흑천교 무인들이 환호성을 내지르고.
그중 여유롭게 움직이던 두 사람도 포함되어 있었다.
“과연 단청포의 전설이로구나!”
“저 많은 마교놈들을 일거에 쓸어버리다니!”
“저게 바로 구천화음신공!”
“음공이란 게 원래 저토록 강한 건가?”
“그럴 리가 있겠냐! 음존이 펼치기에 강한 것이지.”
동료의 의문에 핀잔을 준 무인이 선망의 시선으로 연가령을 응시한다.
통상의 무인들이 화원 소속 인물들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눈빛이었다.
“전쟁이 끝나면 나도 음공을 한 번 배워볼까?”
“아서라. 음공만큼 재능의 영역이 큰 무공이 어딨다고. 이크!”
서걱!
접근하는 마인을 베어 넘기며 동료가 깨우침을 주는데.
무인은 대수롭지 않아 했다.
“내게도 그런 재능이 있을지 어찌 알아?”
“헛소리! 차핫!”
나름 실력이 뛰어난 이들인지 마인과 싸우면서도 쉼 없이 대화를 주고받는다.
“한데 자네, 음존과 무성 두 사람 모두에게 무공을 사사 받은 제자가 있다는 거 아는가?”
“뭐라고?!”
동료의 말에 음공을 배우고 싶다던 무인이 깜짝 놀란다.
하마터면 마인의 검에 베일 뻔한 그.
황급히 피해내고 자신의 검으로 적을 마무리했다.
이윽고 동료에게 묻길.
“참말인가? 그 두 사람에게 공동 제자가 있다는 거?”
“집중하게, 자네 방금 죽을 뻔 했어!”
“안 죽었어!”
이들이 이렇듯 여유를 부릴 수 있던 이유는, 두 사람을 포함하여 주변에서 싸우는 모두가 백무사들이었기 때문이다.
하나 같이 마인을 압도하는 실력.
그래서일까, 폭풍처럼 밀려들던 마인들의 기세도 한풀 꺾인 느낌이었다.
후방에서 전황을 지켜보던 백전무사가 그것을 깨닫고 명령했다.
“더욱 몰아쳐라! 마교놈들에게 흑천이 무엇인지 일깨워주어라!”
“우와아아아―!”
붙잡은 승기를 그대로 끌고 가며 전진하는 흑천현신교.
그 어떤 마인도 백전무사의 앞을 막아서지 못했다.
결국 마교측에서 퇴각 신호가 피어오르고.
“후퇴하라!”
“후퇴해!”
“적이 도망친다! 막아!”
“쫓아라!”
“우와아아!”
멀어지는 마인들 뒤로 흑천의 물결이 흐른다.
그 앞에서 가장 거친 파도가 된 백전무사는 실로 무자비했다.
문답무용.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검을 휘두를 뿐이다.
거기에 휩쓸린 순간 마인의 생은 그대로 끝이 났다.
“상관주님!”
며칠 전 합류한 흑천참월대의 백정이 그를 부르고.
“잠시 정비를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참월대의 참가와 함께 내리 쉬지도 않고 싸웠기에 하는 말이었다.
이미 대부분의 전력을 잃고 퇴각하는 마인들을 쫓기보다, 승리를 만끽하며 이쪽의 전력을 안정시키는 게 어떻겠냐는 말이었다.
백전무사 역시 낫지 않은 내상이 통증을 일으키고 있었기에 고갤 끄덕였다.
“그러지. 모두 추격을 멈추고 대기하라!”
“대기하라!”
“대기해!”
서로에게 전파를 해가며 진격을 멈춘다.
이어 명령에 따라 부상자를 파악하고 치료, 혹시나 살아남은 적은 확인사살을 하였다.
얼마간 비명과 신음이 난무하는 가운데.
굳은 인상의 백전무사 곁으로 음존이 다가와 묻는다.
“내상이 다시 도졌어?”
“……좋진 않군.”
“늙어서 힘도 못 쓰는데 그냥 본단에 있지 왜 다시 나와서는.”
“나보고 집에만 처박혀 있으란 말인가? 그리 크게 뒤통수를 맞았는데?”
“맞는 걸 갚아주기엔 상태가 별로인 것 같아서 그러지.”
“지금 시비를 걸러온 건가? 걱정을 하러온 건가?”
“내가 당신 걱정을 왜 해?”
흥! 하고 돌아선 그녀가 다시 멀어진다.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정이 웃는 낯으로 말했다.
“여전히 두 분은 사이가 막역하신 것 같습니다.”
“백 대주, 뭐 잘못 먹었나?”
“아니요? 싸우기 전 육포로 든든히 속을 채웠습니다만?”
“한데 왜 헛소리를 하는가? 나는 자네가 싸우다 머리라도 다친 줄 알았네.”
“하하하.”
“웃지 말게.”
“예.”
백정이 어색하게 입을 닫는 시늉을 한다.
그게 또 신경에 거슬렸는지 백전무사가 손을 휘 저었다.
“됐어. 그냥 해본 말이네.”
“하하하하!”
웃음으로 상황을 넘긴 그가 연가령과 같은 질문을 건넸다.
“내상은 좀 어떠십니까?”
“참을 만하네.”
“끝까지 남아계실 수 있겠습니까? 이제는 이탈하기에도 애매한 상황입니다.”
백정의 말처럼 마교 영역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그만큼 적과 쉽게, 자주 맞닥뜨리고 계속해서 싸움이 발생했다.
하여 며칠 만에야 겨우 휴식을 취하게 된 것인데.
“빼면? 우리가 맡아줘야 하는 전력이 다른 쪽으로 더해질 것 아닌가? 무성께라면 몰라도 교주님께는 안 될 말이지.”
“당연합니다!”
동의한다는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백정이다.
그도 아는 것이다.
백전무사가 무리하여 전장을 이끌고 있는 이유를.
말한 것처럼 전장의 흐름 때문도 있겠으나 그 기저에는 용봉쌍교 때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 대한 복수였다.
자신이 맡아 책임졌던 이들이 마교의 뒤통수에 의해 죽어나갔다.
그리고 그는 부상을 입은 채 도망을 쳤고.
절대 잊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다음 전투부턴 참월대를 붙여드려야겠군.’
백무사들도 그를 지키려 할 테지만 만약을 위한 투자라 생각했다.
누가 뭐래도 이 전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백전무사였으니까.
그렇게 내심 다음 싸움을 대비하면서 있는데 이번엔 백전무사가 그에게 질문을 던진다.
“대공자가 납치당했었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아, 소식 못 들으셨군요. 무사하십니다. 본단에서 치료중입니다.”
“그를 구하는데 단야 녀석이 큰 활약을 했다지?”
“맞습니다.”
순간 당시가 떠오른 백정의 얼굴에 경외감이 어린다.
“그러고 보니 꼭 닮았더군요. 음존께서 싸울 때와.”
“흐음.”
단야를 칭찬하자 이맛살을 찌푸리는 백전무사.
백정이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했다.
“상관주님께서도 후계 한 명 키우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름이 초휘라고 했던가요?”
초휘가 언급되니 절로 인상이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