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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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2
십사센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2권
차례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음공천재가 소리를 지배함 02권
제6장.
“대호법.”
“음존.”
가벼운 목례로 서로에게 예를 표한 두 사람.
이내 연가령이 자리를 권하고.
“좋은 차가 있는데 한 잔 하시겠습니까?”
“좋지.”
자연스레 다과로 이어진다.
후루룩.
“과연 차 맛이 좋군.”
“멀리 광동지역에서 특별히 공수해온 찻잎입니다. 끝 맛이 쌉싸름한 게 특징이지요.”
“그런 것 같네.”
다시 한번 차를 들이킨 그.
곧이어 화원을 찾은 목적을 밝힌다.
“우리 애들이 지금 이곳에 있다고?”
“예. 신분을 확인시켜드릴까요?”
“자네가 그렇다면 사실이겠지.”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
평소의 그였다.
교내에서 호법전 무인들이 야행복을 입고 담을 넘었음에도 화를 내거나 부정하지 않는다.
특유의 덤덤함으로 그녀를 상대할 뿐이었다.
“알고 계셨습니까?”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을 말인가?”
“예.”
“왜 그렇게 생각하나?”
“너무 평소와 같으시니까요. 그저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처럼.”
“반은 맞췄네.”
그럼 맞추지 못한 나머지 반은 무엇일까?
의문이 든다.
하지만 알려줄 생각이 없다는 듯 갈무혁은 입을 닫았다.
결국 차 한 잔을 다 마실 때까지 대화가 없는 두 사람.
“한 잔 더 드릴까요?”
“됐네. 쓴 것은 이만하면 충분하이.”
“하면 이제 말씀해주시겠어요?”
“왜 모른 척하고 있었는지?”
끄덕.
“교주님의 뜻이셨네.”
“역시 그랬군요.”
아니라면 설명이 되지 않으니까.
갈무혁은 결코 교주의 허락 없이 움직일 사람이 아니었다.
“어떤 상황인 건가요?”
“아직은 알려줄 수 없네. 좌호법도 몰라.”
그 말은 대호법 자신과 교주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그럼 교주님께 직접 여쭈어야겠군요.”
“그러지 말게. 지금은 그저 모른 척해주는 것이 충의니.”
“이 일을 말인가요?”
“앞으로 벌어질 상황도 말일세. 그저 때가 되면 자연스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될 게야.”
연가령은 수긍하지 않았다.
“그럴 순 없어요. 제 아이들의 목숨이 걸린 일이에요.”
“음존.”
“대호법.”
기세는 없었으나 두 사람 간에 주고받는 눈빛이 강렬하다.
그녀의 강단에 결국 한 발 물러선 이는 갈무혁이었다.
“할 수 없군. 딱 한 가지만 알려주겠네. 오 년 후 있을 용봉쌍교(龍鳳雙敎)가 기점이야.”
“마교와 맺은 교류회 말인가요?”
“그날의 주인공이 역사를 다시 쓰게 될 것일세. 하니 자네도 준비해야지 않겠나?”
“무엇을?”
“미래를 키워내야지. 우리는 곧 밀려나갈 앞물이 아닌가? 다음 세대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부어야 하네.”
“…….”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 언제나 우리가 최고이길 바라지. 물론 나도 그렇고. 후후후.”
뜻 모를 웃음.
묘하게 세워진 벽 너머로 갈무혁의 눈빛이 그녀를 관통했다.
그는 묻고 있었다.
정말 교를 위해 전부를 내던질 수 있느냐고.
연가령의 눈에 아이들의 얼굴이 스쳐간다.
첫째인 가무부터 둘째 명서, 가희, 무영 순으로…… 마지막 단야와 금옥까지 떠올린 후 한결 차분해진 마음으로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또한 아이들을 위한 길이겠지요.”
“모두를 위한 길일세. 그건 확실해.”
“알겠습니다.”
“때가 되면 연락하겠네. 그 전까지 아이들을 잘 키워두고 계시게.”
갈무혁은 거대한 파란이 일 것을 예고하고서 그렇게 떠났다.
다음 날.
추능현을 비롯한 네 명의 목이 호법전 입구에 내걸렸다.
* * *
“부교주님!”
다급히 자신을 찾는 우호법을 보며 곽무월이 인상을 구긴다.
“실패했다고?”
“그, 그렇습니다.”
“저쪽 반응은 어떤가?”
“대호법께서 직접 조사를 지시했다며 집법사자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호법전을 갈아엎진 않겠지.”
이미 꼬리를 자른 후다.
아니, 애초에 추능현과 그 부하들은 꼬리조차 되지 못했다.
부리기 편한 심부름꾼이면 모를까.
“조사가 자네에게까지 닿을 것 같나?”
줄곧 곽무월의 뜻에 따라 호법전을 움직여온 그.
제대로 파고든다면 위험할 수도 있으리라.
“정석대로 일을 진행하였으니 과정에 허점은 없습니다. 단지…….”
“단지 뭐?”
“죽은 녀석들에 대한 처벌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빨라도 너무 빨랐다.
전날 밤 화원을 습격하게 했는데 아침에 잡혀와 정오를 넘기기도 전 목이 달아났다.
사건이 제대로 파헤쳐지기 전 범인들이 죽은 것이다.
“애초에 시신을 인계받았겠지.”
“화원에서 말입니까?”
“그래. 이미 죽어 캐물을 수 없으니 목이라도 내건 게야. 효시하면 다른 이들이 그걸 보고 교칙의 중함을 다시금 깨우칠 것 아닌가?”
그럴 듯한 가설이었다.
우호법은 수긍했다.
“과연 그렇게 된 거군요. 하면 나가 있던 집법사자를 급히 불러들인 이유도?”
“밝혀진 게 없으니 작은 단서라도 찾고자 함 아니겠나?”
“다행입니다.”
안심하는 그와 달리 곽무월의 표정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당분간 몸을 사려야겠어.”
“당연합니다. 이제 대호법은 물론이고 교주님까지 호법전을 주시할 겁니다.”
“화원 또한 교주의 관심을 받겠지. 그저 음존의 놀이장 쯤으로 생각해왔을 텐데.”
이는 그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한데 어쩌랴?
일은 실패했고 덜미를 잡히기 전 꼬릴 잘라버렸는데.
여기서 문제를 더 일으키지만 않는다면 조용히 묻혀갈 수 있었다.
아직은 눈총을 받을 때가 아니다.
‘오 년. 오 년만 더 두고 보겠다!’
이번 일로 일정이 꼬이긴 했으나 대계는 멀지 않았다.
자신도 우호법도 그 날만을 위해 와신상담하는 중이다.
‘용봉쌍교가 시작되면 모든 것이 달라지리라.’
그리 확신하며 침음을 삼킨다.
우호법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
* * *
시간이 흘러 몇 번의 겨울이 지나고 다시 봄.
생명의 아름다움이 살아나는 시기가 도래했다.
단야는 드디어 무성에게 교육받을 준비를 마쳤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다부져졌구나.”